
그늘 한점 없는 화성드림파크 야구장에서 지난 2일 세계 14개국 20개 팀의 어린이 선수들이 세계리틀리그 아시아-태평양·중동지역대회를 위해 모였다. 대형 방송사들은 관심조차 갖지 않는 돈 안되는 리틀 야구 경기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선 다르다.
KT스카이라이프의 스포츠 OTT '호각'은 이번 세계리틀리그를 독점 중계했다. 바쁜 일정으로 경기장을 찾지 못한 학부모들은 물론 대만, 일본 등 해외 학부모들도 '호각'을 통해 자녀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관람했다.

스포츠중계는 실시간으로 선수와 공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여러 화면을 전환해야 해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데 이날 스포츠중계를 맡은 사람은 단 1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인공지능(AI)이 맡았다.
최근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이 화제가 됐다.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정확하게 잡아내 요격한다. AI 탑재 카메라 기술이 그 뒤에 있다.
목표물을 추적하던 AI 기술이 이제는 야구장, 축구장 등에서 선수와 공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추적·중계하는 데 쓰이고 있다.
'호각'은 이스라엘 AI 중계 전문 기업 픽셀롯의 카메라 시스템을 도입해 경기장 내 무인 카메라로 실시간 경기를 촬영하고 자동 편집해 중계한다. TV와 휴대폰으로 모두 시청할 수 있다.
상황실에서 살펴본 AI 카메라는 선수와 공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자동으로 줌인·줌아웃과 화면 전환까지 해준다. AI가 여러명의 카메라 기사는 물론 촬영 감독까지 맡고 있다.
현장 스태프는 “스코어 보드를 시스템에 기록하고, 카메라 작동이 잘 돌아가는지 관리하는 게 주 업무”라며, “스코어 보드 기록도 조만간 자동 시스템으로 바뀔 예정”이라고 말했다.
AI 중계 덕분에 비인기 종목, 비인기 경기의 스포츠중계도 가능해졌다. 스포츠스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동네 야구, 조기 축구도 스포츠중계를 통해 즐길 수 있게 됐다.
학부모와 가족 등 실제 수요층을 중심으로 설계된 호각 플랫폼은 연간 구독 모델(1년에 10만 원·1개월 2만원 )로 운영된다. 라이브 중계는 무료 회원도 볼 수 있지만, 경기 영상을 다시 보거나 원하는 장면을 클립으로 저장하려면 유료 시즌 패스를 구매해야 한다.
호각의 누적 가입자 수는 최근 4만1000명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동안 약 2만5000명이 신규 가입했고, 이번 리틀야구 아시아-태평양·중동지역대회 중계로만 5000명이 추가로 유입됐다. 이 중 해외 학부모 등 외국인 가입자는 800명에 달하며 가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자체 AI 스포츠 OTT 플랫폼을 런칭한 호각은 대한축구협회 K4 리그를 비롯해 중·고등 축구, 핸드볼, 배구 등 다양한 생활체육 종목을 AI로 중계하며 경기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같은 해 9월에는 서울에서 열린 ‘2024 홈리스월드컵’ 전 경기를 AI로 중계해 FIFA+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6000만 명 이상의 시청자에게 생동감 있는 스포츠 현장을 전달했다.
최근 호각은 전라북도의 2036년 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며 ‘스마트 스포츠 도시’ 구상을 도청에 제안했다. 또한 100만 가입자 달성을 목표로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글로벌 스포츠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마추어 스포츠 중계 시장을 주목한 KT스카이라이프는 호각과 전략적 협업을 맺으며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호각에 68억 원을 투자하고 HCN과 합쳐 지분 34.3%를 취득, 전략적 제휴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AI스포츠 사업을 통해 KT 스카이라이프는 인터넷과 AI스포츠중계솔루션을 결합한 B2B 상품을 출시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호각-대한체육회와 함께‘생활체육 AI 중계 및 생태계 조성을 위한 3자 업무협약(MOU)’체결에 이어 강릉시체육회와도 'AI 스포츠 중계' 관련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3사는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아마추어 스포츠 생태계 조성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양사는 ‘스마트 스포츠 시티’ 조성을 꿈꾸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50개 지자체에 AI 카메라와 IoT 기반 디지털 경기장을 설치해 지역 축구, 야구 등 생활체육을 중계하며, 지역 인재 육성과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의 균형을 도모하겠다는 목표다.
윤종훈 호각 상무는 “모든 동네 경기장이 아이들이 가족의 오타니가 되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며 “대한민국 모든 스포츠 시설에 AI 카메라를 설치해, 누구나 자신의 경기를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스마트 스포츠 시티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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