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엄포에도 한국 증시는 굳건했다. 미국 정부가 8월부터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한국 증시만 상승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가 막판에는 철회하거나 유예하는 등 이른바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학습효과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26포인트(0.83%) 오른 3202.03에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엄포'에 하락한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앞서 전날(13일)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흡족할 만한 무역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예고한 대로 8월 1일부터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본 닛케이는 0.29% 떨어졌고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지수 또한 1.01% 급락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다우 지수도 0.63%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0.33%, 0.22% 내렸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가 실제로 시행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이 더 우세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하반기 증시의 핵심 동인은 타코”라며 “7월 말까지 미국발 Risk-On(위험 감수)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7월까지는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을 확대할 것이란 분석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미국과의 상호관세 조기 타결 시 국내 수출 경기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신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강력한 부양정책 등은 하반기 국내 성장 모멘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관세 정책이 글로벌 교역과 증시에 미치는 충격은 작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정훈 LS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관세가 적용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될 여지가 있다”며 “10일 미국 국채 수익률은 장·단기 모두 오름세를 보였고, 이는 주식시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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