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심히 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4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하반기 실적 개선 의지를 명확히 했다. 해외 방문 때마다 이 회장이 성과를 거뒀던 만큼 재계가 그의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위기설에 휩싸인 삼성을 반등시킬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이 회장은 지난 9~13일(현지시간)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 리조트에서 열린 글로벌 재계 거물들 사교 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팀 쿡 애플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함께했다.
'억만장자의 여름 캠프'로도 불리는 이 행사는 대형 인수합병(M&A) 등 중요한 논의가 이뤄지는 장소로 유명하다. 실제 이 회장은 해당 행사를 통해 중대한 전환점을 만들기도 했다. 2014년 애플과 스마트폰 특허 소송이 격화하던 시기에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팀 쿡 CEO와 비공식 회동을 하고 소송 철회의 물꼬를 튼 바 있다. 올해도 이 회장이 콘퍼런스를 계기로 초대형 M&A 구상을 구체화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이유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 들어 유럽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시작으로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M&A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반도체 등 주력 사업 부진으로 실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9% 급감한 4조6000억원에 그쳤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역시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격차가 더욱 벌어진 상태다.
가전 사업도 녹록지 않다. 미국 정부가 내달부터 멕시코에 3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에 수출하는 상당수 가전제품을 멕시코에서 만드는 삼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의 글로벌 경영 보폭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에서 샤오미·BYD 등 전기차 기업들과 교류하며 전장 사업 확대를 모색했고, 5~6월에는 연달아 일본에 방문해 소재·부품 협력사 및 재계 인사들과 만나 공급망 협력 강화를 도모한 바 있다.
한편 2016년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부터 10년째 겪어온 '사법 리스크'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의 실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 회장은 오는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사건 관련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두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은 만큼 대법원 역시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다면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M&A, 등기임원 복귀 등 '뉴삼성'을 위한 행보가 빨라질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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