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023년 7월 31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채상병 사건과 관련한 전화를 받은 사실을 최근 순직해병특검에 공식 확인했다. 수사 외압의 시발점으로 지목된 대통령실 명의 유선번호 ‘7070’의 발신자가 윤 전 대통령이었다는 점이 약 2년 만에 드러난 셈이다.
이 전 장관 측은 21일 언론 공지를 통해 해당 사실을 담은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의견서에서 이 전 장관 측은 “안보실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및 조치 의견을 대통령께서 탐탁지 않게 여겼고, 이후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군 조직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당시 통화가 대통령과의 통상적인 소통이었다 보니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윤 전 대통령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거나 특정인에 대한 지시, 사건 이첩 중단 등을 명시적으로 지시한 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은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접수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점을 명시했고, 수사 결과와 관련한 대화였다고 적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화 발신자 확인을 위해 대통령경호처와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당시 오전 11시 54분께 뒷자리 ‘7070’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아 2분 48초간 통화했고, 곧바로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연락해 채상병 사건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국회 및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임 전 사단장의 정상 출근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11시 대통령실 회의에서 사건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나”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의 시인을 계기로 'VIP 격노설' 수사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지난 18일에는 당시 회의 참석자였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2차 조사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회의 반응과 이후 지시사항을 집중적으로 추궁했고, 김 전 차장은 기존 진술보다 구체적인 진술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회의 속기록은 존재하지 않지만, 당시 참석자 명단과 회의 내용을 기록한 문건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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