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측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일본 협상단과 만나 관세를 1%포인트씩 내리는 조건으로 대가를 바라는 식의 조건부 거래를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관세를) 1% 내린다면 그 대신 이것을 주지 않겠는가", "쌀 수입을 더 확대해야 한다", "반도체에 대한 투자, 지원액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일본 측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 협상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 숫자를 언급하며 요구했다"며 "담당자가 10명은 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아사히신문도 이날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복잡한 제도나 계산식은 거부하고, 단순하고 명확한 보상안을 선호했다고 짚었다. 일본 측은 미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공헌도 등을 고려해 관세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복잡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또한 일본은 당초 미국에 1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안을 제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대규모 거래’에 부응하기 위해 쌀 수입 확대 등을 추가하면서 투자금도 5500억 달러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윌리엄 추 연구원은 아사히에 "자동차와 농산물 개방이 백악관의 중요한 우선 사항이었다"며 "차와 쌀이 열쇠였다. 이 열쇠가 없다면 합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일본과 합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과 일부 농산물 등에서 자국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협상 타결에는 일본의 전략적 접근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가장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러트닉 장관과 중점적으로 협의해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협상을 위해 미국을 8차례 방문했고, 러트닉 장관과는 15회 대면 및 전화 접촉을 하며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같은 기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는 7회,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는 3회 만났다.
다만, 양국의 무역 합의 발표에도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태다. 무역 합의 후 양국 정부는 각자 유리한 해석을 내놓으며 ‘승리 프레임’을 강조했다. 도쿄신문은 "서로 '승리 선언'을 하며 싸움을 중단한 형국"이라면서도 "일본은 당초 요구했던 관세 철폐와는 거리가 먼 결과를 냈고, 미국은 관세가 발화점이 될 물가 상승을 어떻게 해서라도 피하기 위해 타결을 서둘렀다"고 진단했다.
농업 부문에서도 해석 차가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을 개방했다"고 말했지만,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농업을 희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일본이 옥수수, 대두, 비료, 바이오에탄올 등 미국 제품 80억 달러(약 11조원) 상당을 구매하고, 미국산 쌀 수입을 75% 증가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보잉 항공기 100대를 구매하기로 합의한 사실도 공개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쌀 수입은 무관세 최소시장접근(MMA) 물량 내에서만 늘리는 방식이며, 수입 확대분도 주식용이 아닌 가공용, 사료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방위비 확대에 대해서도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옥수수와 대두 수입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또한 무역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관세 복원 가능성을 경고하며 일본을 압박하고 나섰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일본과 타결한 무역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애초 설정된 25%의 상호관세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어떻게 합의를 준수할지 보장할 계획인가'라는 물음에 "우리는 분기별로 평가할 것이며, 대통령이 만족하지 않으면 자동차와 나머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25%로 돌아갈 것"이라며 "자동차의 경우 25%의 관세에서는 일본 경제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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