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7 대출 규제 이후 강남에서 아파트 전세보다 월세 물건이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월세 수요는 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7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은 이달 25일 현재 1만9242건으로 대출 규제 발표 날인 지난달 27일보다 2.4%(446건) 증가했다. 반면 전세 물건은 같은 기간 3.4%(844건) 줄어든 2만4011건을 기록했다.
특히 강남구에선 월세 물건이 전세를 추월했다. 이달 25일 기준으로 월세 물건은 5074건, 전세는 4948건으로 17일부터 월세가 더 많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6·27 규제로 전세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월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가 월세가 늘어나면서 주거비 부담도 커지는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달 1∼25일 계약된 서울 아파트 월세(4343건) 중 200만원을 초과하는 거래는 634건으로 14.6%를 차지했다. 200만원 초과 아파트 월세는 올해 1월 12.6%에서 3월 13.3%, 6월 14.5% 등으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규제 발표 이후 입주가 시작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에서는 고가 월세 계약이 줄을 이었다. 지난 2일 전용면적 84㎡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640만원, 7일에는 같은 평형이 보증금 3억원에 월세 540만원으로 계약됐다.
대출 규제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고 새 아파트 소유권을 이전받는 방식이 불가능해지자 고가 월세를 받는 매물이 많아지는 모습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서울 아파트 월세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월세수급지수는 103.2로, 2021년 10월(110.6) 이후 가장 높았다. 월세수급지수가 100을 넘는다는 것은 수요가 공급보다 강하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아파트의 월세 전환 추세가 이미 뚜렷했던 상황에서 나온 6·27 대출 규제가 월세화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택 구입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부과되기에 실거주를 해야 하는 집주인이 점차 늘고, 이는 전세 매물 감소와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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