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91.4% 희토류 무기화…반도체가 위험하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앙꼬가 없으면 찐빵도 없다. 아무리 유명한 요리사도 재료 없이는 음식을 만들어낼 수 없다. 로봇은 반도체가 필요하고, 반도체는 희토류가 필요하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필요하고, 배터리는 리튬이 필요하다. 제 아무리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라도, 제 아무리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라도 소재 없이는 단 하나의 제품도 생산할 수 없다.
 
수십 년 동안, 자원-소재-부품-생산장비-제조 등에 이르기까지 공급망이 국제적으로 분산되어 왔다. 문제는 미국 및 우방국들의 주요 산업들이 중국의 자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태로 변했다는 데 있다. 미·중 패권전쟁도 관세전쟁, 기술전쟁, 통화전쟁, 환율전쟁을 넘어서 자원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희토류 전쟁
미·중 패권전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1라운드는 2018년 트럼프 1기 때 ‘관세전쟁’의 형태로 전개되었고, 2라운드는 2025년 트럼프 2기에 들어서 ‘희토류 전쟁’의 형태로 변모하는 모습이다. 적어도 10라운드, 길게는 100라운드까지 갈 수 있는 패권전쟁이라지만, 2라운드에 들어서는 미국이 중국에 밀리는 모습이다. 중국의 희토류 공급 제한 조치가 강건했던 트럼프의 기세를 눌러놓는 듯했다.
 
희토류(Rare Earth)는 미국 첨단산업에 필수 요소다. 희토류가 가지는 독특한 자기적 및 전기화학적 특성 때문에 합금이나 혼합 시 더 높은 효율성과 성능, 내구성을 발휘할 수 있다. 전기차, 스마트폰, 컴퓨터, 배터리, 반도체 등의 첨단기술 제품 제조에 필수적이다. 미국의 방위산업에서도 미사일, 레이더, 위성 등 첨단 무기 시스템의 핵심 부품으로 사용된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 및 정제 영역에 있어서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때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한 이후로, 중국은 미·중 패권전쟁의 장기화에 지속적으로 대비해 온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희토류 매장량이 풍부한 주요 개발도상국들로부터 광산을 매입하거나 채굴권을 확보하는 움직임을 지속해 왔고, 세계 59.2%에 달하는 채굴량으로 끌어 올렸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제(Refining) 영역이다. 세계 희토류 정제량에서 중국은 91.4% 수준에 달한다. 중국의 희토류 없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첨단산업 공장이 문을 닫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희토류 채굴Mining 추이 및 희토류 정제Refining 추이 자료IEA
희토류 채굴(Mining) 추이 및 희토류 정제(Refining) 추이 [자료=IEA]

자원의 무기화
미국이 관세와 첨단기술을 무기화할 때, 중국은 자원을 무기화했다. 미·중 양국의 패권전쟁이 격화할수록, 미국은 첨단기술 분야 수출통제를 강화했고, 중국은 자원의 수출통제를 안보·통상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미국은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통제의 역외적용까지 도입하는 등 정교하게 중국기업들을 제재했다. 역외적용이란, 미국산 기술이 들어간 외국산 제품도 미국의 수출규제를 따르게 하는 제도다.
 
중국은 2020년 수출통제법을 제정한 이후 핵심 광물 수출통제를 본격화했다. 특히, 미국의 중국기업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거나, 대중국 관세를 높게 부과하는 등의 조처를 할 때마다 핵심 광물의 수출을 제한했다. 예를 들어, 2025년 2월 텅스텐 등 5개 품목의 기술·자원 수출통제를 마련했고, 2025년 4월 디스프로슘 등 희토류 7종 수출통제를 발동시켰다. 텅스텐과 비스무트는 각각 세계 생산량의 82.7%, 81.3%를 장악하고 있을 만큼 압도적이다. 그 밖에도 텔루륨(76.5%), 인듐(70.4%), 몰리브덴(42.3%)이 세계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 신규 수출통제 품목 생산 규모 자료USGS MCS2025
중국 신규 수출통제 품목 생산 규모 [자료=USGS, MCS(2025)]

아프리카 일부 국가는 희토류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하지만, 정제에 필요한 수자원이 부족하고 전력, 도로 등 기초 인프라도 부족하다. 이란의 경우 국제 제재 때문에 외국 기업이나 기술이 들어가기 어렵고, 시리아와 이라크는 내전, 테러, 분열된 정치 구조로 인해 희토류는커녕 기본 인프라조차 위태로운 상황이다. 브라질의 경우 매장량이 엄청나지만, 환경 규제가 엄격하고 정권이 자꾸 바뀌어 정책 일관성이 떨어져 전망이 어둡다. 베트남, 인도는 잠재력이 크지만, 아직 대규모 정제 시설과 독성 폐기물 처리 시스템이 부족하다.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할 수 있는 특수성이 있다. 희토류 산업은 매장량이 풍부하고, 인건비가 저렴하며,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전기·물·도로 등 기초 인프라가 갖춰져 있으며, 환경 오염에 대한 지역 사회의 반발이 적고 추진력이 강한 정권의 국가에서만 추진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한 국가가 바로 중국이었다. 정치적으로는 중앙집권적 통제력과 장기적인 정책 일관성을 갖추었으며, 환경 규제가 느슨하고 지역 주민의 반발이 억제되기 쉬운 체제 구조 덕분에 오염을 감수하면서도 대규모 생산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여기에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인프라, 무엇보다 희토류를 소비하는 산업(전자·방산·배터리 등)을 동시에 육성하며 전후방 산업 생태계까지 구축했다. 이렇게 자원·기술·정치·사회·경제 모든 측면에서 희토류 산업의 전 과정을 자립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능력과 여건을 갖춘 유일한 국가였기에, 중국은 세계 희토류 산업에서 압도적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희토류 반격
미국이 희토류 독립을 선언했다. 2025년 7월 미국 정부가 자국 희토류 생산업체에 시장 가격의 2배에 달하는 최소 가격을 보장하기로 했다. 전략물자로 분류되는 희토류 확보를 위해서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 중에 중국의 희토류 공급제한 조치에 취약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에 대항하기 위해 독자적인 고가 가격 책정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투자가 유입되도록 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희토류 채굴업체 MP머티리얼스 지분의 15%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었다. 미국은 희토류 자원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희토류 분리 및 가공 기술은 중국에 크게 의존해 왔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이 정한 시장 가격의 2배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그 차액을 국방부가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이 희토류의 독자적인 공급체계를 갖는 것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희토류 가격을 끌어올림으로써 중국 외 기업들의 희토류 생산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자원전쟁 전망과 대응 전략
미국의 희토류 반격 카드는 희토류 공급망을 전환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희토류 공급 가격을 높임으로써 주요국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자원개발 기업들이 사업에 뛰어들도록 유인할 것이다. 미국과 미국 우방국들은 중국에 대한 자원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시도를 하는 데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공급망 재편은 원자재와 소재를 수요하는 업체들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미국의 반격 카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자원 공급망으로부터 독립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서방 주요국들이 적극적으로 자원 개발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경주한다 해도 중국 자체 수요와 중국 우방국 및 중국 관련 수요가 절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싸움에서 승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생태계를 고려했을 때, 중국산 저렴한 희토류 앞에서 미국의 반격 카드가 지속 가능하게 작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미국이 중국산 희토류 등의 자원을 조달받지 않도록 하는 특단의 경제제재를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지만, 그럴수록 중국산으로부터 주요 첨단산업의 가격경쟁력에 밀리기 때문에 쉬운 선택일 수 없다.
 
자원전쟁 시대에 자원 안보가 필요하다. 지경학적으로 분절화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자원을 안정적으로 수급하는 독자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중대한 일이 될 것이다. 특히, 미·중 패권전쟁이 격화됨에 따라 중국으로부터 자원 수급을 제재하는 일이 발생하거나, 중국이 일방적으로 자원 공급을 차단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미국 내 자원 개발사업에 투자하고, 그 밖의 주요 자원 강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국내 자원 및 제조기업들이 해외 개발권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첨단화된 반도체와 차세대 배터리도 자원 없이는 그림의 떡이요, 물 위의 물거품이 된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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