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한국의 협력이 제조·교역 중심에서 금융, 디지털 기술, 녹색금융으로 넓어지고 있다. 호찌민시 국제금융센터가 한국 금융기관과 기술기업을 핵심 협력 대상으로 제시하면서 양국 간 자본 조달, 결제망 연계, 핀테크, 인력 양성, 녹색 프로젝트 투자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13일(현지 시각) 사이공해방신문 등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호찌민시 국제금융센터와 주호찌민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이날 호찌민에서 베트남·한국 금융협력 포럼을 열고 장기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 관계는 제조·교역 중심 협력을 넘어 금융, 기술, 인력, 공급망을 함께 연결하는 단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권태한 주호찌민 대한민국 총영사관 총영사대리는 이날 포럼에서 호찌민시 국제금융센터(VIFC-HCMC)가 공식 운영에 들어간 시점에 양국 전문가들이 협력 방향을 논의한 점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1992년 수교 이후 베트남과 한국이 경제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냈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금융 협력에서도 더 깊은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응우옌 흐우 후언 VIFC-HCMC 운영기관 부의장은 "VIFC-HCMC가 단순히 금융기관을 모아두는 공간이 아니다"라며 "센터가 국제 자본, 기술, 인력을 연결하고 새로운 금융 모델을 통제된 방식으로 시험하며 기업과 실물경제 프로젝트를 직접 지원하는 금융 생태계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VIFC-HCMC는 자산관리와 투자펀드, 국제 자본시장과 채권시장, 녹색금융, 디지털 금융과 핀테크, 국경 간 결제, 항공금융, 해양금융을 주요 축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신용평가, 회계감사, 법률 자문, 중재, 교육, 연구 등 지원 서비스도 함께 육성해 호찌민을 ASEAN의 주요 금융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후언 부의장은 "목표는 국제 자본과 베트남의 개발 수요를 더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관문을 만들고 동시에 호찌민을 ASEAN의 중요한 금융 중계지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략에서 한국이 발전된 자본시장, 현대적 은행 시스템, 높은 기술 역량, 서울·부산·인천 금융센터 구축 경험을 가진 중요한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VIFC-HCMC가 제시한 한국·베트남 금융 협력 과제는 5개 분야로 정리된다. 센터는 우선 한국에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기관투자자의 참여 확대를 첫 과제로 제안했고, 베트남 기업과 인프라 사업을 위한 국제통화 기반 자금 조달 채널 개발도 주요 협력 분야로 꼽았다.
또 양측은 결제 시스템을 연결하고 국경 간 QR 결제, 송금, 무역금융, 기업 현금흐름 관리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핀테크, 금융 분야 인공지능, 빅데이터, 디지털 신원인증, 자금세탁 방지, 샌드박스 모델 개발도 협력 범위에 포함됐다. 인력 양성도 별도 과제로 다뤄졌다. VIFC-HCMC는 베트남과 한국의 대학, 연구기관, 전문단체를 연결해 교육 프로그램, 전문가 교류,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고급 금융 인력을 키우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녹색금융 분야에서는 한국의 기술 역량과 베트남의 자금 수요가 맞물리는 구조가 부각됐다. 한국은 청정기술, 재생에너지, 배터리, 스마트 교통, 디지털 인프라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베트남은 에너지 전환과 순배출 제로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상황이다.
VIFC-HCMC는 녹색금융 상품의 구조화, 평가, 인수, 유통, 거래를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자본을 베트남의 우량 프로젝트와 연결하고 녹색채권, 지속가능채권, 투자펀드, 프로젝트 금융 구조 등을 협력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영직 한-아세안 금융협력센터장은 "베트남의 최근 발전 속도가 재정정책의 적시 실행과도 맞물려 있다"며 "한국 투자자들이 베트남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 강한 수출 기반, 안정적인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베트남이 투자 이전을 받아들이는 제조 거점을 넘어 반도체와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 글로벌 생산망의 전략적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투자하고 베트남 기업도 글로벌 공급망에 더 깊이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부총영사는 "베트남이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경제이며 디지털 기술 수용 능력이 매우 높다"며 "금융이 기업 성장의 핵심 기반인 만큼 금융과 디지털 기술의 결합이 국민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강한 시너지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한국 측은 베트남 당국과 기업이 정책적 약속을 구체적인 협력 프로젝트로 옮길 수 있도록 계속 함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VIFC-HCMC 역시 관련 기관과 연결하는 중심 창구를 마련하고 상품 제안 접수, 시범사업 조율, 투자자 지원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베트남과 한국의 금융 협력 논의는 기존 투자와 교역 관계를 바탕으로 디지털 금융, 녹색금융, 국제자본 조달, 인력 양성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VIFC-HCMC는 이 과정에서 한국 금융기관과 기술기업을 베트남 개발 수요와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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