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청이 삼청공원 인근 무허가 건물을 도시공원 조성을 위해 수용한 처분이 적법하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해당 부지는 갤러리 및 카페로 사용돼 왔으나, 법원은 “공원지정의 공익성이 더 크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서울고법 행정10-1부(오현규·김유진·원종찬 고법판사)는 건물주 김모씨가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 인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김씨 청구를 기각했다.
김씨 소유의 토지는 1940년 일제 조선총독부 시절 공원구역으로 지정됐고, 이후 해제됐다가 2013년 다시 공원에 편입됐다. 서울시는 2020년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장기 미집행 공원부지에 대해 실시계획을 인가하라고 종로구에 지시했고, 같은 해 6월 김씨의 토지와 건물에 대해 수용 고시가 이뤄졌다.
김씨는 절차상 하자 및 과도한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사익 침해가 중대하고 구청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인정했으나, 2심 재판부는 “무허가 건물임을 감안할 때 제한된 재산권에 불과하며 공원 조성의 공익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무허가 건물 알고도 매입”…사익 침해 주장 설득력 없었다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은 사유재산권과 공익 목적 간의 이익형량, 그리고 도시계획 인가처분의 재량 판단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해당 부지와 건물을 2017년 매입할 당시 이미 공원으로 재지정된 사실과 건물이 무허가 상태였다는 점을 들어 “원고가 권리 제한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라며 사익 침해 주장을 배척했다.
또한 종로구가 약 36억9500만원의 수용 보상금을 공탁한 점, 해당 지역이 생태자연도 2등급 이상, 국토환경성평가 1등급 등 공원으로서의 적합성이 높다는 점도 판단에 반영됐다.
절차상 하자 주장에 대해서도, 서울시의 보상 규정과 2022년 수용재결 절차를 통해 자금계획 요건이 충족됐고, 측량성과도 및 공원 계획도로의 공개만으로도 주민 열람 의무가 충족됐다고 보았다.
이번 판결은 공공 목적의 토지 수용이 사익 침해를 얼마나 정당화할 수 있는지를 다시 짚었다. 2심은 인가처분에 따른 이익형량이 비례 원칙에 반할 정도는 아니며, 도시공원 확대 필요성 및 청와대 개방, 북악산 연계 등과 맞물려 공익성이 우선한다고 보았다.
아울러 2021년 공원조성계획 일부 변경으로 인해 선행 인가처분이 실효됐다는 김씨 측 주장도 “면적 증감·감축은 본질 변경이 아니며, 여전히 해당 토지는 공원 부지에 해당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무허가 건물에 대한 법적 한계를 분명히 하며, 도시계획상 공원 확충과 생태환경 보존 등 공익 실현이 개인의 재산권보다 우선할 수 있다는 법리 판단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향후 도시공원 수용 분쟁에 있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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