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EU도 15%에 타결, 반도체 관세도 예고...벼랑 끝에 몰린 한국

  • 日·EU, 美와 무역합의...급박해진 韓 협상시계

  • 설상가상 반도체 고관세 우려...한국, 산업 패키지로 설득 총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하면서 사실상 주요국 중 우리나라만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품목에 대한 고율 관세를 다음 달 중 발표한다고 예고하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28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최종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이 협상에 따라 미국은 EU산 수입품 대부분에 당초 예고한 30% 관세를 절반인 15%로 낮추기로 했다. 

EU는 그 대가로 총 1조3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와 대미 신규 투자 등을 약속했다. 이는 지난주 일본과 타결한 무역합의와 비슷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일본은 5500억 달러의 역대 최대 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하면서 15%로 관세를 낮췄다. 

일본과 EU가 모두 '15% 관세선'에서 합의한 상황에서 한국이 이보다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자동차는 관세율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차는 일본차보다 2.5%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왔는데 동일한 15% 관세가 부과되면 이 경쟁력이 상쇄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차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최소 12.5%를 받아야 일본과 동등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통상 전문가는 "15%가 사실상 대미 관세 협상의 하한선으로 굳어졌다"며 "한국이 이보다 낮은 관세율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우리 정부는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인 8월 1일 이전까지 미국과 협상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협상단의 일정을 맞춰 스코틀랜드로 급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윤철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오는 31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같은 날 조현 외교부 장관도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따로 만난다.

정부는 일본·EU와는 차별화된 한국만의 강점을 살린 산업 협력 패키지로 미국을 설득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조선 분야에서 '마스가(MASGA)'로 명명된 수십조 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해 하워드 러트닉 장관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가 프로젝트에는 한국 조선사들의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와 이를 뒷받침할 대출·보증 등 금융 지원까지 포함됐다.

다만 그간 미국이 관세 품목에서 제외했던 반도체에 관세 부과가 예고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에도 적잖은 영향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철강 등에 적용 중인 25% 관세가 반도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연간 매출 감소 폭은 약 4.3% 내외로 추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매출 감소 폭이 최대 6%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산업연구원은 10~20% 관세가 부과되면 대미 수출이 최대 14% 줄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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