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골프장]② 황금알 거위서 빈깡통으로… 지방은 매물만 쌓여간다

  • 법카 자제령에 수도권 매출 30% ↓

  • 지방은 그린피 대폭 내려도 '텅텅'

  • 10억 이상 인하에도 매수자 못찾아

  • "줄도산 되나" 산업기반 붕괴 우려

지방 골프장이 위기다 실적 부진으로 인해 지방 골프장들의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방 골프장이 위기다. 실적 부진으로 인해 지방 골프장들의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방 골프장이 위기다. 코로나19 당시 예약이 힘들 정도로 손님이 몰렸지만, 이제는 평일에도 티타임을 채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적 부진으로 인해 지방 골프장들의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일부 비인기 골프장은 홀당 매매가 10억원 이상을 낮춰도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2025년 전국 골프장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18홀 이상 회원제 골프장은 154개소, 비회원제 및 대중형 골프장은 372개소로 나타났다. 지역별(회원제, 비회원제 합계)로 보면 수도권(서울·인천·세종·경기) 골프장은 139개소, 그 외 지방 골프장은 제주를 포함해 287개소다.

전반적으로 골프 열기가 꺾였다는 평가를 받지만, 수도권 골프장은 여전히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운영하는 레저백서 TV가 공개한 2024년 골프장 이용객 수 비중을 보면, 수도권 골프장 비중은 33.5%, 이용객 수 비중은 35.0%였다.

지방 골프장 사정은 다르다. '골프장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강원도(골프장 11.4%, 이용객 9.1%)와 호남권(13.1%, 11.6%), 제주도(6.6%, 4.6%)의 경우 이용객 수 비중보다 골프장 비중이 더 많다. 골프장 현장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평일에도 티타임을 채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고, 일부 티타임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대폭 할인할 때도 있다.

지방 골프장의 실적 부진은 골프장 가치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때 홀당 매매가 100억원을 호가하던 골프장 투자에 대한 인기는 이미 식은 상태다. 
 
전국 골프장 이용객 현황 그래픽임이슬 기자
전국 골프장 이용객 현황 [그래픽=임이슬 기자]
지난 4월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보유 중인 강원도 춘천에 있는 대중제 골프장 파가니카컨트리클럽(CC)은 지난해 홀당 70억원대로 낮춰서 매각 작업을 진행했다. 전체 매각가는 1300억원대로 추산됐다. 그러나 아직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방 골프장은 지난해보다 10억원을 낮춰서 매각을 진행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정학 경희대 골프산업학과 교수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지방 골프장이 안 팔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구매자가 투자 대비 효과를 따져봤을 때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면서 "또한 팔려는 곳은 많은데 사려는 곳은 적기 때문에 골프장의 가치와 가격은 골프의 인기와 함께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방 골프장의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현재 상황이 이어진다면 줄도산 위기까지 직면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이 교수는 "전체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 골프장들이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골프장 운영이 어렵다는 뜻"이라면서 "국내 골프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타격이다. 국내 골프 산업 자체가 무너지는 형태의 연쇄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수도권 골프장이 매물로 나오면 여전히 관심은 뜨겁다. 대표적으로 더 시에나 그룹은 지난해 경기 여주시에 자리한 세라지오골프클럽(GC)을 홀당 100억원 이상에 인수했고, 최근에는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중부CC를 홀당 100억원 선에서 계약 완료했다.

이 교수는 "수도권 골프장은 확실한 소비층이 있다. 여기에 시설과 서비스까지 좋은 골프장은 골프 인기 하락세에도 계속 살아남는다. 구매하는 곳이 고가의 비용을 책정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