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국내 첫 주민참여형 풍력단지인 가덕산 풍력발전단지를 찾았다. 한때 국내 최대 규모의 석탄을 캐내던 장성광업소에서 차량으로 20여분을 더 올라가자 가덕산 자락을 따라 늘어선 거대한 풍력기 17기가 눈앞에 펼쳐졌다. 회전 날개 하나의 길이만 60m가 넘는 풍력기는 웅장한 자태로 바람을 품고 있었다.
1936년 문을 연 장성광업소는 지난해 88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았다. 전성기 시절 하루 수천t씩 석탄을 퍼올리며 태백 지역 경제를 이끌었던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하지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의 흐름 속에서 광산은 멈췄고 석탄을 생산하던 자리에 청정에너지를 만드는 터빈이 들어섰다. 거대한 터빈들이 뿜어내는 전력은 도심으로 흘러가 석탄 대신 바람이 도시의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가덕산 풍력발전단지는 그 변화의 상징이다. 가덕산 풍력발전단지는 총 3단계에 걸쳐 조성된다. 1단계(12기·43.2MW)와 2단계(5기·21MW)는 이미 완공돼 가동중이며, 이를 통해 매년 16만MW의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4인 가구 기준 4만3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3단계 사업은 총 5기, 31MW 규모로 2024년 1월부터 2년간 준비를 거쳐 2027년 1월 착공, 2028년 8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최 부장은 "추후 기회가 된다면 풍력 발전을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풍력 외에도 태백시는 에너지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장성광업소 폐광 부지에 청정메탄올 제조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청정메탄올은 선박의 연료로 활용되는 친환경 에너지다.
현재 청정메탄올 산업을 중심으로 한 미래자원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예타를 통과하면 2027년까지 연간 2만2000t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2030년까지 연간 10만t으로 생산규모를 확장할 계획이다.
김학조 태백시 국가정책추진실장은 "기존 탄광 부지를 활용해 청정 메탄올 제조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사업이 성공하면 장성광업소 부지뿐 아니라 태백 내 여러 폐광 부지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백시는 이외에도 다양한 친환경 산업 전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석탄 채굴 과정에서 나오는 석탄 경석을 건축자재·구조물 골재 콘크리트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삼척·영월·정선과 함께 산업목재 클러스터를 조성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체 산업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교통 인프라 개선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태백은 '육지 속 섬'이라고 불릴 정도로 물류·인재 유입 등에서 불리한 여건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태백시는 2027년까지 추진 중인 제1차 태백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산업 기반을 마련하고 2032년까지 제2차 계획을 통해 제1차 계획에서 조성된 산업을 뒷받침 할 영월~태백~삼척 고속도로 개통, 고속철도 도입, 태백선 직선·고속화 사업 등 교통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태백시 관계자는 "앞으로 미래 100년은 청정메탄올,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와 산림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에너지 중심 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태백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과 연계해 우주 자원 개발, 우주의학 실증 같은 미래 기술 연구 거점 도시로 변모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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