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에 전셋값 맥 못추는 메이플자이... 서초구 전세가격도 끌어내려

  • 6월 말 입주 시작한 휘경자이디센시아도 두 달 만에 1.7억원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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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잔금은 치러야 하는데 전세 세입자를 못 구한 집주인들이 계속 전셋값을 낮추고 있어요. 지금보다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인근 A공인중개사) 

6·27 대출 규제 이후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 단지들의 전셋값 급락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 ‘입주장’에는 전세 매물이 넘쳐나는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대출 규제에 따라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전세 세입자를 구해 잔금을 치르려던 집주인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셋값을 크게 낮춰 급한 불부터 막고 보자는 고육책이 일대 전셋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전세 형태의 월세 매물도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토부 실거래가 조회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잠원동 메이플자이 전용면적 84㎡ 전세 가격은 14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6월만 해도 동일 면적이 17억~19억원 수준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것과 비교하면 불과 두 달여 만에 전셋값이 3억~5억원 하락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신축 대단지 아파트 입주 시 전세 매물이 쏟아지는 ‘입주장 효과’로 주변 전세가격이 5~15%가량 하락하는 경우는 많지만 메이플자이의 전셋값 하락은 일반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메이플자이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잔금 조달이 급한 집주인들이 잇따라 가격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호가도 떨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 거래에서는 10억원대 미만의 가족 간 거래로 추정되는 전세계약 등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이는 대출 규제 발표 후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된 영향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입자로부터 전세금을 받아 8월 말까지 잔금을 치르려던 집주인들의 자금 조달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전세 가격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메이플자이는 서초구의 전셋값도 끌어내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초구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지난 6월 셋째주(6월 16일 기준)부터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8월 둘째주(11일 기준)에도 반포·잠원동 등의 영향으로 서초구 전셋값은 0.10% 하락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한 전셋값 하락으로, 같은 기간 서울시 전셋값이 0.05% 상승한 것과 대조를 보인다. 

메이플자이와 마찬가지로 6월 말 입주를 시작한 동대문구 휘경자이디센시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휘경자이디센시아의 전용 84㎡ 전세는 6월 30일 7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7월 17일에는 약 5억8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입주장 단지들이 대출 규제로 인해 전세 거래가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서 향후 입주 예정인 대단지 아파트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1097가구),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1261가구), 송파구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 등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전세 수요가 줄고 세입자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반전세 등 월세 매물도 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으로 1594건에 달했던 메이플자이 월세 매물은 이달 18일에는 1882건으로 증가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세입자를 서둘러 찾아야 한다는 심리적 요인으로 가격을 경쟁적으로 낮추게 된 영향"이라며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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