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여사가 18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구속 후 두 번째로 출석했지만, 대부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수사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검은 이날 김 여사 외에도 '집사' 김예성 씨와 '건진법사' 전성배 씨 등 의혹 핵심 인물들을 동시에 불러 조사했지만, 정작 김 여사의 진술이 막히면서 기소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KT빌딩 웨스트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건희 씨는 오전 9시 43분쯤 조사 장소에 도착해 오전 10시부터 조사를 받았으며, 11시 42분에 오전 조사가 종료됐다"며 "오전 조사는 공천개입, 선거개입 관련 의혹에 관한 것으로 대부분 진술거부권을 행사했고 가끔 '모른다', '기억 안 난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조서 열람을 진행한 뒤 곧바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조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 역시 방대한 자료와 관련자 진술이 얽혀 있어 상당한 분량의 조사가 필요하지만, 김 여사가 지속적으로 진술거부를 이어갈 경우 소환 성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이날 특검은 김 여사 외에도 주요 연루 인물들을 동시 소환했다. 김예성씨는 구속영장에 적시된 횡령·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받았으며, 전성배씨는 오전 10시부터 통일교 청탁 의혹을 포함한 전반적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전 세계일보 부회장인 윤정로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특검은 이들의 진술을 교차 확인하며 수사망을 좁히려고 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측근 이성재씨를 구속 기소했다. 윤 전 본부장은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이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기소된 두 사람의 죄명은 앞서 구속영장 발부 당시와 동일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압수수색 문제도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은 '통일교 대거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특검보는 "전체 명단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상 동일성 여부를 대조하는 작업"이라면서도 실제 집행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특검은 이날 국회 본청 내 국민의힘 사무총장실 등에 2차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김 여사와 다른 피의자들 간 대질신문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특검은 "오늘 조사에서 검토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여사 점심 식사 여부에 대해선 "보통 구치소에서 준비해오는데, 실제 식사하는 것을 확인은 못 했다"고 설명했다.
조사가 대부분 진술거부권 행사로 진행되면서 향후 기소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구속 후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아 지금 단계에서 기소 여부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여사의 진술 거부에도 불구하고 수사팀이 확보한 진술과 증거를 토대로 기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19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2차 소환 조사를 한다. 내란 특검팀은 한 전 총리를 내란 중요 임무 종사, 위증 등 혐의 관련한 피의자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새 계엄 선포문이 작성됐다가 폐기됐다는 의혹 등을 추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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