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래소가 추진하는 12시간 거래체제 도입에 대해 인력 문제로 인한 한계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대외적으로 거래소의 방침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노사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금융 당국이 검토하고 있는 결제시간 단축과 맞물린다면 인력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거래시간 확대 방안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데에 이어 이달에는 개별 증권사들을 따로 만나 면담을 진행해 보다 상세한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조사에서 제시된 거래시간 확대 방안 세 가지 중 증권사들은 1안을 가장 많이 선호했으나 거래소는 2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세가지 안 모두 장 마감 이후 오후 8시까지 애프터마켓을 운영하는 것은 공통점이다.
다만 1안은 기존에 오전 9시였던 정규장 개장 시간을 오전 8시로 1시간 앞당겨 정규장과 애프터마켓으로 구성된 반면 2안은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프리마켓을 운영하되 8시 30분까지는 시가 단일가로 거래하는 방법이다.
거래소는 넥스트레이드가 이미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 거래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거래시간 확대가 어렵지 않다는 입장을 취해온 만큼, 넥스트레이드가 이미 운영하고 있는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다수 증권사들은 현행 거래시간을 유지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해졌다. 거래시간 확대로 인한 업무량 과중, 인력 부족 문제와 전산시스템 추가 구축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거래시간 확대에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다.
증권사들은 거래소의 거래시간 확대는 넥스트레이드와 비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는 체결량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며 "넥스트레이드가 이미 프리·애프터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해도 거래소 전산 시스템과 연결하기 위한 작업을 따로 진행해야 하고 시장 종류별로 거래 체계도 다르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출범한 넥스트레이드의 경우에도 인프라 구축 과정에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투입됐다. 전산 시스템 개발에 꼬박 1년이 걸렸다. 이후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증권사 및 거래소과의 연결 작업을 진행한 후 11월부터 출범 전까지 세 차례 모의 시장 테스트를 진행했다.
당국이 검토하고 있는 결제주기 단축도 인력 문제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거래시간 확대로 인해 업무량이 과중된 상황에서 T+1일까지 함께 도입한다면 업계의 고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증시에는 주식 거래에서 매매 체결 후 결제까지 2영업일이 소요되는 T+2일 결제제도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해 5월부터 결제주기를 하루 단축한 T+1일 제도를 도입하면서 국내에서도 결제주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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