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지의 BOKonomics] 금리 발표보다 중요한 총재의 한마디…3년물 0.08%p '출렁'

  • 파월 잭슨홀 인하 시사에 S&P '급등'·미국채 금리 '뚝'

  • 석학들 분석 결과 금리 결정 발표보다 총재 발언 중요

  • 특히 중장기물에 더 큰 영향력…"경기전망 반영 효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플레이션 위험은 상방으로 기울어져 있고, 고용 위험은 하방으로 기울어져 있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정책이 제한적인 영역에 있고, 기본 전망과 위험 균형이 변화하고 있어 정책 기조를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경제 정상회의에서 금리 인하 기조로의 전환을 시사하자 시장은 곧장 환호했고, 금융시장은 질주했다. 뉴욕증시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1.6%, 나스닥은 2% 넘게 상승했다. 정책금리 향방에 민감한 2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연 3.7% 아래로 0.1%포인트 넘게 내렸다. 미국채 10년물도 연 4.25%대로 0.1%포인트 급락했다.

이처럼 금융시장은 기준금리 결정 소식 자체보다 중앙은행 총재의 한마디 발언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발표나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 발표가 아닌 파월 의장 발언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금융시장 변동성의 주요 원천이라는 의미다. 오는 28일 예정된 한은 금통위 금리 결정 통방회의 후 이 총재의 발언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FOMC 결정보다 파월의 영향력이 우위

에릭 스완슨 미국 UC어바인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21일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발표한 'FOMC 발표보다 중요한 Fed 의장의 연설(Speeches by the Fed Chair Are More Important Than FOMC Announcements)' 논문에 따르면 연준의 통화정책 발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FOMC 회의 발표만이 아니라, 연준 의장 연설과 후속 기자회견이 더 큰 시장 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이 FOMC 발표 360건, Fed 의장 연설 411건, 포스트 FOMC 기자회견 73건, FOMC 의사록 발표 216건, Fed 부의장 연설 123건과 금융자산별 실시간 거래 및 선물시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미국채 및 주식시장 장기 금리를 포함한 대부분 금융상품에서 의장 연설과 기자회견이 중심적 역할을 한다"며 "연준 기자회견은 2011년 도입 이후 중요성이 꾸준히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FOMC 및 의장 연설과 비슷하거나 더 영향력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스완슨 교수는 S&P 500 주가의 평균 누적 변동 폭은 의장 연설 시 약 1.72%로, FOMC 발표(1.34%)보다 28%나 크게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5년, 10년, 30년 만기 국채 금리에서도 연준 의장 연설이 0.01%에서 0.03% 포인트까지 더 강하게 반응했다. 특히 단기물보다 중장기물 금리 변동에서 연준 의장 연설의 시장 영향력이 두드러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결정보다 이창용 입 주목

우리나라 금융시장 역시 기준금리 결정 자체보다 이 총재의 발언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박기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전 한은 금융통화위원)가 이영준 제주한라대 인공지능학과 교수, 김수현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함께 쓴 '텍스트 마이닝을 이용한 통화정책 서프라이즈 측정(Measuring Monetary Policy Surprises Using Text Mining)' 논문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정책 메시지는 단순한 금리 변화뿐 아니라 투자심리·경제 전망을 통해 장기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친다.

특히 연구진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전 한은의 커뮤니케이션과 회의 후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이 뉴스에 반영되는 톤에 따라 국고채 금리가 크게 변동한다고 분석했다. 금통위 결정 후 매파적 톤의 뉴스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날 때 1일 콜 금리는 0.0409%포인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755%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물 금리와 3년물 금리의 차이로 계산하는 신용스프레드도 0.0342%포인트 뛰었다.

단순 기준금리 인상 효과보다 총재의 발언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은 3년물 이상 금리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기준금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1일물 콜금리(+0.775%포인트), 코리보(3개월 +0.415%·6개월 0.375%포인트), 1년 만기 국고채 금리(+0.136%포인트) 등 단기금리 상승에는 영향을 미쳤다. 

발표를 맡은 이영준 교수는 "뉴스 톤 변화는 소비자 심리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쳐 소비자 신뢰지수 하락과 신용 스프레드 확대를 일으킨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단순 금리 변화 이상의 경기전망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고빈도 금융시장 데이터에서 포착되는 '즉각 반응'과 달리 뉴스 톤 변화 지표는 시장 참여자가 정책 메시지를 소화하고 그 영향을 경제 활동에 반영하는 과정을 더 잘 포착하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