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원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북미 원전 시장 진출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원전 시공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미국과의 원전산업 협력 확대를 계기로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원전 신시장 선점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 당국과 양국 원자력 기업들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SMR 사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SMR의 설계 및 건설과 운영, 공급망 구축, 투자 및 시장확대 협력에 관한 4자간 업무협약(MOU) 서명 등 양국 원자력 분야 협력 확대를 위한 기업 간 MOU 4건이 체결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차세대 원전 분야의 협력을 늘리는 일과 SMR 개발 및 상용화로 인공지능(AI) 시대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에너지 안보를 확충하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양국 간 원전 협력이 명문화되면서, 미국의 원전 확충 시 국내 건설기업의 원전 공급망 편입에 대한 기대감도 상승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원전 르네상스’ 기치 아래 자국 내 원전 산업 인프라의 대대적 확충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현재 약 100GW(기가와트) 수준인 원전 설비 용량을 2050년까지 400GW까지 300GW를 추가 확충하겠다는 것이 장기적 목표다.
설비 용량의 확대는 결국 기존 대형 원전의 증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원전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우선 10기에 달하는 원전의 추가 착공을 2030년까지 마무리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미국은 웨스팅하우스 등의 기업을 중심으로 원전에 대한 원천 설계 기술력과 지식재산권을 대거 보유 중이나, 원전 시공 역량은 상당히 떨어진다는 평이다. 원전 시공에 대한 기술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원전 공급망을 위해서는 원전 시공 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들을 공급망에 반드시 편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건설사의 경우 설계와 시공 능력은 물론, 원전 운영 등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어 미국 원전 공급망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이 원전 시공 능력 및 경험을 보유한 건설사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한국형 대형원전 36기 중 24기에 대한 시공 경험이 있어 가장 풍부한 시공 기술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SMR 등 차세대 소형원전 시장 개척에 꾸준히 속도를 내온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올해 SMR 시장 진출 본격화를 선언한 대우건설 역시 원전 20곳에 대한 시공과 보수 등을 통해 원전 인프라 공급에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기업으로 분류된다. 특히 민간업체에서는 최초로 원자력 분야에서 설계와 조달, 시공을 아우르는 EPC 사업을 완료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역시 국내에서는 새울 3·4호기를 비롯, 해외에서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원전 시공 실전 경험을 보유한 업체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시공 등 공급망 핵심에 참여할 해외 기업이 많지 않아 국내 기업의 미국 원전 공급망 참여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미국 정부도 국내 기업의 참여를 크게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시공 능력 외에 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엔지니어링, 기초 자재 구매 및 조달 등에서도 우리 기업이 참여할 여지가 상당히 많다”고 진단했다.
최근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합작회사를 통해 미국 등 주요 원전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합작을 통한 공동 사업의 경우, 논란을 빚었던 수주 지역 제한 규정에서 자유로울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향후 해외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의미 있는 원자력 협력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A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원전 사업을 밀어주는 국가에서 의미 있는 실적을 쌓아야 해외 시장 진출에서 합작 등이 용이해지는 측면이 크다”며 “정부가 국내 업계가 북미 원전 시장에 선도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건설업계에도 긍정적 파급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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