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기술주가 조정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이와 관련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3종이 26일 동시에 상장했다. 인공지능(AI) 버블 논란 속에서 주요 기술주의 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AI와 반도체에 대한 구조적 성장 기대감이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기술주를 주요 기초자산으로 삼은 ETF는 △KoAct 팔란티어밸류체인액티브(삼성액티브자산운용) △RISE 엔비디아고정테크100(KB자산운용) △RISE AI반도체TOP10(KB자산운용) 등이다.
‘KoAct 팔란티어밸류체인액티브’는 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Palantir)를 중심으로, 이와 협력하는 미국·유럽·일본·국내 상장사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다. 팔란티어 자체에 약 22%를 투자하고, 나머지는 LLM 기반 키워드 유사도 분석을 통해 선별된 ‘팔란티어 생태계 기업’으로 구성된다.
팔란티어는 2024년 한 해 동안 미 국방부와 667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에어버스, 모건스탠리 등 민간기업으로부터의 수요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팔란티어는 AI 국방·보안 소프트웨어 분야의 독보적 업체로,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와의 인맥을 기반으로 미국 정부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강화할 것”이라 평가했다.
‘RISE 엔비디아고정테크100’은 엔비디아에 25%, 미국 기술주 지수(KEDI 미국테크100, 엔비디아 제외)에 75%를 투자하는 패시브 ETF다. 기존 나스닥100 ETF 대비 엔비디아의 비중을 고정해 수익률과 안정성의 균형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기초지수인 ‘KEDI 엔비디아고정테크100 지수’는 제조·IT·기술 관련 미국 상장 종목 중 매출총이익 성장률과 유동시가총액 기준으로 선별된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하나증권은 “AI 시대의 최대 수혜주인 엔비디아와, 미국 정부의 적극적 기술 투자 전략을 반영한 구성”이라며 “변동성은 낮추면서도 대표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RISE AI반도체TOP10’은 국내 유가증권·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AI 메모리 및 후공정 분야의 상위 10개 종목에 투자하는 패시브 ETF다. HBM, NPU, 엣지AI, 클라우드AI 등 관련 키워드 유사도와 시가총액을 종합 반영해 구성된다. 상장일 기준 편입 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원익IPS, 한미반도체, 테크윙, ISC 등이다.
KB자산운용은 “AI 구현을 위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 급증은 국내 반도체 기업에 기회”라며 “특히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미국 빅테크 대비 저평가된 국내 AI주에 투자할 수 있는 유효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15% 이상 개별 종목 편입 비중 제한과 분기 단위 리밸런싱으로 투자 효율성도 강화했다는 평가다.
최근 미국 기술주는 최근 AI 고평가 논란과 연준의 금리 스탠스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상승세가 둔화됐다. 이에 따라 신규 상장된 ETF의 단기 수익률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증권가의 시각은 여전히 우호적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반도체 산업은 미국·한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동반되는 구조적 성장 섹터”라며 “ETF 상품은 종목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중장기 성장에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기술주 개별 종목보다 리스크는 낮고, 지수보다 수익률 기대감은 높은 하이브리드형 ETF가 투자 대안”이라며 “시장 조정 시점은 분할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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