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12·3 비상계엄 당일 국무회의 폐쇄회로(CC)TV 영상과 관계자 진술을 토대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특검팀은 29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 전반에서 대통령을 도운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CCTV 영상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전 대기 중이던 국무회의장 상황이 그대로 담겼다. 한 전 총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국무위원 숫자를 손가락으로 헤아리며 정족수 충족 여부를 확인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손가락을 펼치며 “아직 네 명 더 필요하다”거나 “이제 한 명 남았다”는 식으로 대화한 장면을 파악했다. 한 전 총리는 특검 조사에서 이 대화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지만 영상 속 장면은 명확했다고 특검은 전했다.
회의 종료 뒤 대통령실 직원이 참석자 서명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국무위원 대부분이 거부했지만 한 전 총리는 “참석했다는 의미로 서명만 하고 가라”는 취지로 말했다. 실제로 서명한 국무위원은 아무도 없었다. 특검팀은 국무위원들이 한 전 총리의 주재로 대접견실에 모인 상황에서 총리가 참석자들에게 서명을 요구한 행위 자체가 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봤다.
영상에는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계엄 선포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문건을 대접견실에 두고 가자 한 전 총리가 이를 직접 수거하는 모습도 담겼다. 국무위원들이 모두 퇴장한 뒤에는 한 전 총리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16분 동안 문건을 함께 보며 논의하는 장면도 확인됐다. 박지영 특검보는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점검하고 이행하는 차원에서 문건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결과적으로 계엄 선포와 해제 모두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해제 국무회의 소집도 고의로 늦췄다고 판단했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한 뒤 국무조정실장이 “국무회의를 서둘러 소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건의했지만 한 전 총리는 “기다리라”는 말만 남겼다는 것이다. 이후 정진석 당시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연락을 받은 뒤에야 윤 전 대통령을 찾아가 해제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특검보는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다면 계엄 해제가 앞당겨졌을 것”이라며 “계엄 해제 담화문에 ‘국무회의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아 국무회의 의결 후 해제한다’는 문구가 들어간 것도 방조 혐의를 적용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 전인 저녁 8시경 대통령실에서 이미 포고령을 전달받았다. 또 국무위원 소집 과정에서 일부 장관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통령실로 빨리 오라고 독촉한 사실도 드러났다. 특검팀은 이 같은 행적이 모두 내란 방조 혐의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구속영장 심사에서 “행위 자체는 인정되지만 내란 방조로 볼 수 있는지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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