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동 거는 K원전] 행보 불투명해진 韓 원전 수출…반전 만들 수 있을까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한국과 미국이 원자력 협정에 대한 협의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행보가 불투명해졌던 원전 수출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의 이른바 '굴욕 협정'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수출 확대를 위한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향후 원전 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커진 원전 수출 '걸림돌'…한수원·웨스팅하우스 JV 설립도 지지부진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을 시작으로 원전 수출에 나섰다. 2022년에는 이집트 엘다바 원전에 기자재 공급·터빈 건물 시공에 착수했고 2023년에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의 삼중수소제거설비 건설사업을 수주했다. 

지난해에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지만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은 지난 1월 웨스팅하우스와 합의를 완료했다. 하지만 원전 진출 시장이 제한되고 계약 기간이 50년에 달해 굴욕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원전 약 70기가 건설 중이며 추가로 100기 이상 신규 원전이 계획돼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한국이 진출 가능한 아시아 시장은 이미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이 강하다. 특히 제3세계 국가들은 원전보다 석탄 등 건설 기술이 덜 복잡하고 비용이 저렴한 에너지원을 선호한다.

국내 원전 수출 행보가 끊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 만큼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 조인트벤처(JV·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미국 진출에 시동을 걸 방침이였다. 하지만 논의 자체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특히 양측의 글로벌 지식재산권 합의문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내 여론이 악화한 것이 협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우방국 중 원전을 지을 수 있는 국가는 한국과 프랑스 등 두 국가인 만큼 '저울질'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원전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자력 협정 개정이 공식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양국 정상은 추가 협의를 진행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한국은 미국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20% 미만 우라늄 농축이 가능하다. 미국 동의 없이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가 불가능하다. 파이로프로세싱 등 평화적인 방식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협의가 필수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SMR로 '돌파구' 마련해야…기술 자립·주민수용성 넘어설까
독자적인 원전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 중심에는 SMR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50년까지 원자력 산업에 대한 누적 투자금이 1조7000억 달러~2조900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SMR의 투자 비중이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이 기간 전체 원자력 투자 중 17~33%가 SMR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 누적 투자금 규모는 2900억 달러~9500억 달러 수준이다. 만일 SMR에 대한 맞춤형 정책 지원, 규제 간소화 등이 이뤄지고 예정된 프로젝트와 설계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SMR 누적 설비용량은 190GW(기가와트)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SMR 분야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 분석에 따르면 현재 7개 SMR 노형이 건설 중이거나 운영 중이다. 러시아는 부유식 SMR을 현재 운영 중이고 육상형 SMR 건설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5월부터 SMR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한국형 SMR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개발을 2028년까지 완료한 뒤 2035년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정 등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SMR 개발 완료 시 웨스팅하우스의 검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완전한 기술 자립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술료 추가 지급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한국형 표준 원전도 성공한 사례가 있는 만큼 (i-SMR)개발이 무리 없이 성공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웨스팅하우스에서 완전한 기술 자립을 하면서 i-SMR 개발에 성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수용성과 부지 선정도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다. 유 교수는 "국내 단위 면적당 원전 숫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인데 SMR까지 지어야 하니 만만치는 않다"며 "대도시에 SMR을 설치하고 고준위 폐기물을 저장해야 하는 만큼 수용성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SMR도 원전인 만큼 물이 필요한데 현재 SMR 유치에 나선 곳은 내륙 지역이라 물이 충분하지 않다"며 "냉각수를 최소화하는 SMR 개발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만큼 개발 난이도가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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