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②] 만화 60년, 상상 100년 – 이정문이 그리는 미래

1959년 데뷔 이후 60년 넘게 펜을 놓지 않은 만화가 이정문. 불량만화라 불리던 시절에도 그는 오직 “그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버텼다. 그 결과 탄생한 심술통은 억울함을 응징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캐릭터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오늘도 그는 새로운 상상을 그리고 있다. 떠다니는 침대, 하늘 주차장, 지구를 찾는 외계인…. 그 끝없는 상상 속에서 이정문은 말한다. “착하게 살아라. 밝게, 신나게 사는 게 인생이다.”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정문 작가 사진 김호이 기자
이정문 작가 [사진= 김호이 기자]


30년 전에 지금의 2025년을 어떻게 상상했나
- 과학의 발전이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 챗GPT를 보면서  만화가라는 직업이 없어질 것 같다. 미래 만화를 그리고 있지만 상상했던 것 그 이상으로 발전해서 겁이 나기도 한다. 문명의 발전이 이렇게 빨리 발전되는 것보다 한숨 쉬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정신이 없다(하하). 

다양한 작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 18살 때 만화계에 데뷔할 때 심술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나왔다. 우리나라 심술의 원조는 놀부가 있기 때문에 뼈대가 있는 캐릭터다. 심술이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시켜주기 때문이다. 진상들이 많은 세상에는 심술이라는 캐릭터가 계속 존재할 것 같다. 새로운 심술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해서 계속 공부 하고 있다. 꿈을 키워주는 SF만화도 대표적이다. 다른 사람한테 도움 받은 부분 없이 다 직접 그렸다.

이정문 작가가 생각하는 심술이란 뭔가
- 옳지 못한 행동을 하는 진상을 교묘하게 골탕을 먹이고 응징을 하는 거다. 아직도 진상이 안없어지는 걸 보면 멀었다(웃음).

이정문 작가는 심술 몇단인가
- 심술 1단도 없다(하하). 사람들이 내가 심술 만화를 그리지만 흥부 같다고 하더라.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않으면서 살아왔다.

작가님의 대표작인 '심술통'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캐릭터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었나
- 40년 전에 전두환 정권 때 스포츠 서울이 창간됐는데 새로운 만화를 연재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심술만화를 그리겠다고 했다.
심술통의 턱이 커서 심술턱이라고 지으려고 했는데 편집국장이 창간 전부터 큰일 낼 일 있냐고 하더라. 영부인이 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서 안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부랴부랴 턱을 통으로 바꿨다.

'심술'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하다
- 만화가가 되기 전에 6.25로 인해서 가장이 됐다. 그때 할 수 있는게 신문팔이와 구두닦이 밖에 없었다. 하층 계급에 있던 청소년 시기를 보냈는데 구두 닦으러 가면 천대를 받았는데 너무하다는 생각에 응징하고 싶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그렸고 그렇게 심술캐릭터가 나왔다. 

'심술통'은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을 응징하는 정의로운 캐릭터로 그려지는데, 이러한 '심술'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었나. 아니면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자 하셨는지 궁금하다
- 잡초는 아무리 뽑아도 나오는 것처럼 진상과 응징 하는 사람이 서로 양립이 돼서 세상이 유지될 수 있다. 계속 그릴 것이다.

1980년대 '심술통' 연재 당시 사회 분위기(5공화국)와 관련하여 검열이나 외압은 없었나
- 내 만화는 정치적인 색을 띄는 만화가 아니라서 억압이나 외압은 없었다. 특정 단체나 직업에 대한 만화를 그렸을 때 항의가 있긴했다. 편집국에서 대응을 해줘서 영향을 받지 않고 그리고 싶은대로 그렸다.

이정문 작가를 어떻게 알고 연락을 한건가
-당시 만화가로 데뷔한지 20년 이상 돼서 중고신입이라 대부분 알고 있었다. 벌써 40년 전 얘기다(하하).

이정문이라는 가장 크게 알렸던 계기는 뭔가
- 히트치는 작가는 아니고 평행선을 유지하면서 개성을 계속 발전시켜나갔다.


'심술통'이 2010년대까지 꾸준히 연재되며 인기를 얻었는데, 시대 변화에 따라 '심술'의 의미나 표현 방식에 변화를 주었는지 궁금하다
- 지금도 꾸준히 연재 하고 있다. 원고료를 벌어주는 효자 노릇 하고 있다. 자식보다 캐릭터가 효자라는 생각이 든다(하하). 

언제 만화의 힘, 캐릭터의 힘을 느끼나
- 내 만화를 보고 자란 사람들을 만나서 사인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좋아해주는 걸 보면서 아직도 내 캐릭터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게 너무 고맙고 보람을 느낀다.

이정문 작가가 태어난지 100년이 되는 2041년을 어떻게 상상하나
- 만병통치약이 나오고 외계인이 지구에 오는 걸 상상 하고 있다.
 
사진 이정문 작가
[사진= 이정문 작가]


상상하는 2050년은 어떤 모습인가
- 침대가 떠다니고 하늘 위에 주차장이 있을 것으로 상상하고 있다.
사진 이정문 작가
[사진= 이정문 작가]

앞으로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하시는지 궁금하다
- 20~30년 전만 해도 나 혼자 산다는 세대를 상상 조차 못했다. 지금은 보편화 되지 않았나.
그것에 수반하는 여러 문제들도 있긴 하지만 혼자 사는게 편리한 세상이 됐다. 2030년이면 로봇의 도움을 받아서 편리한 세상이 올 것이다.

심술이 많은 시대다. 이러한 시대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착하게 살아라. 남한테 해코지 하면 분명히 자기한테 돌아온다. 남한테 피해 안주고 평범하게 살면 얼마나 좋나.
 
이정문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이정문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마지막으로 원하는 미래를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미래는 밝다. 사회적으로 혼란할 때도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밝게 살았으면 한다. 재밌고 신나게 사는게 인생이다.

 
이정문 작가와 사진 김호이 기자
이정문 작가와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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