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함께 가야 멀리 간다

현대자동차·기아가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민·관 협의체 NUMA를 출범했다 사진현대자동차·기아
[사진=현대자동차·기아]

"현대차의 새로운 50년, 100년을 위해 지혜를 모으자. 현대차의 생존과 발전, 직원 고용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동석 현대차 사장이 임단협 결렬을 선언한 노조에 대화 재개를 요청하며 했던 말이다. 이 사장의 간절한 호소에 결렬됐던 노사 협상의 물꼬가 터졌지만 최근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파업을 협상 지렛대로만 써왔던 과거와 달리 노조가 실제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성과에 대한 보상 기준을 놓고 사측과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회사는 "여전히 힘들다"는 말만, 노조는 "지난해 성과에 올해 상황을 끼워넣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최근 노조의 변화한 기류는 숫자로도 엿볼 수 있다. 파업을 지지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달 25일 전체 조합원 4만2180명을 대상으로 쟁의 행위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률이 86.2%에 달했다. 투표율도 94.75%로 높은 편이다. 가장 최근인 2023년 현대차의 부분 파업 당시 파업 찬성률(88.9%), 또 9조원 이상의 생산 차질을 발생시켰던 2018년 대규모 파업 당시 찬성률(73.9%)보다도 높다. 현대차 노조가 7년 만에 총파업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현대차 노사 파열음의 중심엔 '성과급 갈등'이 자리한다. 성과급 비중이 큰 임금 체계도 문제지만 주요 경영진의 연봉은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는 반면 직원들의 연봉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호세무뇨스 현대차 사장의 급여는 2023년 22억8700만원에서 2024년 28억3900만원으로 1년 만에 24.1% 올랐다. 이동석 사장의 급여도 2023년 14억1900만원에서 2024년 19억9900만원으로 40.2% 올랐다. 같은 기간 직원 1인당 평균 임금은 2023년 1억1700만원에서 1억2400만원으로 5.9% 인상됐다. 올해도 이 같은 인상률 격차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진 위주의 임금 인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성과급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다. 직원들이 한 해 땀 흘려 일한 결과에 대한 정당한 평가이자 조직이 구성원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기업이 성과급을 경영상의 도구로만 이용하면 직원은 자신이 조직의 동등한 구성원이 아니라 소모품처럼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임직원과 임원 간의 소통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갈등까지 더 심화되면 상호 간의 신뢰에 큰 상처를 입는다. 조직 내 분위기는 물론, 인재 이탈 등의 우려로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까지 갉아먹을 수 있는 상황이다.

CEO는 임단협 갈등을 단순한 비용 절감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노조도 감정적 대립보다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요구를 통해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측 모두가 '우리는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라는 공동체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공정한 보상이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에서 비롯된다. 노사 모두가 "잘 벌었으니, 함께 나눈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머리를 맞댄다면 현대차의 100년 성장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