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더 센' 특검법, 도대체 왜 필요한가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헌법학)]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설치 등을 내용으로 한 검찰개혁법안들이 논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른바 더 센 특검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현재 국회에서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역시 국회 본회의 통과에 큰 변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매우 비판적이고, 국민들의 반응도 썩 좋지 않다. 검찰을 폐지하는데 특검은 더 세진다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대부분 공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 즉 특별검사란 특별한 방식으로 임명되어 일정 기간 검사와 유사한 권한을 갖고 수사를 진행하며, 수사 결과에 따라 기소까지 담당하는 기관이다. 말하자면 검사와 구별되지만, 특정한 사건에 대해 임명되고, 일시적으로 검사의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특별검사라고 일컬어지는 것이다. 이른바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원칙이기 때문에 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하고, 이를 위해 검찰청을 아예 폐지하고 공소청을 두어 검사들은 오로지 기소에 관한 사항만을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최근 검찰개혁 법안들의 핵심 내용이다. 그밖에 국가수사위원회의 설치와 중수청의 설치까지 포함하면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의 내용이 된다. 

그런데 수사와 기소의 분리 원칙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는 여전히 수사와 기소를 모두 할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특검은 왜 더 세져야 하는 것일까?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원칙이 아니라 편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가? 그렇다면 수사와 기소의 분리 원칙에 따라 검찰청을 폐지한다는 것도 다른 이유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특검제도는 미국에서 비롯된 것이며, 우리나라의 특검제도는 과거의 미국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미국에서 특검제도가 크게 바뀌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하는 것처럼 특검법을 통해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방식은 삼권분립 위반의 문제, 예산 낭비의 문제 등을 이유로 미국에서는 1999년 폐지되었다. 지금 미국의 특검은 이해충돌로 인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법무부장관이 임명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즉, 대통령 및 그 측근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는 이해충돌 위험성을 이유로 특검이 임명되는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서도 특검이 임명된 바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특검의 임명은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력이 부족하고, 특검의 수사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검⋅경의 수사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경우에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볼 때, 이재명 정부에서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을 시작했다는 것도, 이를 더 센 특검으로 만들겠다는 것도 모두 특검의 본질에 맞지 않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에 특검을 해야 한다는 것이 명분이 서지만, 이재명 정부에서 특검이 필요하다는 것은 특검의 필요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 사건들과 연루되었기 때문에 특검이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고,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에서 계속 거부권을 행사했던 것에 대한 화풀이인가? 그것이 정상적인 특검 임명 사유는 될 수 없다.
 
더 센 특검으로 지칭되는 특검법 개정은 특검의 수사 기간, 범위, 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관련 재판을 일반에 중계하도록 하는 것이며, 이런 내용의 3대 특법검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특검을 굳이 임명하여 수사해야 하는 이유조차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더 센 특검을 주장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특검이 상설 수사기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특검은 매우 특별한 경우에 예외적⋅한시적으로 수사를 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른바 더 센 특검법을 보면, 특검이 예외적⋅한시적 기관인지를 의심하게 된다. 상설 수사기관과 특검의 관계가 역전되는 듯이 보이는 것이다. 특검이 예외적 수사기관인 것은 특별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위해 특별한 절차를 거쳐 임명되기 때문이다. 그런 특검이 무제한적으로 수사를 한다는 것은 특검의 본질에 맞지 않는 것이다.

예컨대 윤 대통령의 내란 수사를 위해 임명된 특검이 이와 관련하여 측근들의 내란 관여 여부를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내란과 무관한 측근 비리를 수사하려는 것은 특검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며, 설령 수사 중에 관련 첩보를 입수했더라도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특검이 한시적 수사기관인 것도 관련 사건을 5년이고 10년이고 무한정 파고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윤 전 대통령의 파면 등으로 이해충돌 문제가 사라진 이후에는 특검을 계속할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그런데 특검 수사의 기간을 연장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특검법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것의 하나가 특검 재판의 공개이다. 내란 특검 재판은 1심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으며, 다른 특검의 경우도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허용하도록 했다. 그런데 내란 특검과 관련해서는 국가기밀과 관련한 내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법원행정처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실제로 군병력을 움직이는 지휘계통이나 구체적인 병력운용방식 등이 공개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특검이 수사 기간 내에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사건을 국수본에 인계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이런 경우에 특검이 국수본의 수사를 지휘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이는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상황에서 특검의 수사지휘권을 인정하는 것이 체계상 모순일 뿐만 아니라, 특검이 사실상 수사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수사기간의 제한 규정을 위배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민주국가의 법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중요시하는 것은 국민이 주권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민이 공감할 때 법이 제대로 지켜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 센 특검법을 만든 민주당에 대해 질문할 수밖에 없다.

검찰을 폐지하고, 특검은 더 세지는 등의 여러 모순과 충돌,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며,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 ▷전 국회 개헌특위·정개특위 등 자문위원 ▷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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