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협력 강화에 의욕을 보여 왔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참의원(상원)선거 패배 등에 따른 퇴진론을 이기지 못하고 7일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향후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여러 계파들이 난립하고 있는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에서 이시바 총리는 역사 인식이 비교적 온건한 '비둘기파'로 평가됐다. 이시바 총리는 총리 취임 전 국회 연설 등을 통해 우리나라를 언급하며 "국제사회의 여러 과제에서 파트너로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한일관계 중요성을 설파한 바 있다.
이시바 총리는 퇴임 의사를 발표하는 날 기자회견에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결실 있는 회담을 했다"며 외교 성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한 뒤 올해 1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방문하려고 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이 취임하던 6월에 전화통화, 대면 회담 등을 자주 가졌고, 주일 한국대사관이 같은 달에 주최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에도 참석하는 등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힘썼다.
하지만 차기 총리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지난달 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이시바 총리가 추진했던 한일 협력에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특히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한국과 갈등을 빚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 노선을 따르고 있는 극우 인사고, 작년 총재 선거 당시 향후 총리가 돼도 야스쿠니신사를 계속해서 참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다카이치가 만약 총리가 된다면 한일 관계는 이시바 총리 취임 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더불어 유력 총리 후보로 꼽히고 있는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내 '40대 기수'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로 정계 입문 당시부터 많은 이목을 끌었던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최근 쌀값 폭등과 관련해 '반값 비축미'를 방출 하는 등 쌀값을 안정적으로 낮추는 실력을 보여줘 당내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1차 투표 1위를 차지해 2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랐으나 이시바 총리에게 패했고,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29∼3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선호도와 관련해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23%로 1위였고,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22%로 2위였다.
자민당 지지층으로 한정하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32%로, 17%를 기록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을 앞섰다.
두 사람 외에도 차기 총리 선거에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 등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