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석 달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시작으로 경제성장전략, 세제개편안, 내년도 예산안을 잇따라 쏟아냈다. 단기 부양책 성격의 확장 재정으로 내수 경기가 일시적으로 살아나는 듯하지만, 장기 저성장 국면을 뚫을 근본 해법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1%대로 추락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모든 정책은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구조개혁을 위한 청사진은 뚜렷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를 통한 혁신기업 성장 기반 마련, 경직된 노동시장 개혁 같은 뼈아픈 과제를 미뤄서는 잠재성장률 반등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재정 투입으로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구조개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결국 확장 재정마저 지속 가능성을 잃게 된다는 경고다.
소비쿠폰 효과 내수 반짝 회복세···3분기 1.1% 성장 전망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0.2%를 기록한 우리나라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에는 0.7%로 반등했다. 연초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수출도 예상 밖의 반도체 호조로 미국 관세 영향권에서도 역대급 성장을 이어온 영향이다.
통계청 7월 산업활동동향도 생산(0.3%), 소비(2.5%), 투자가 모두 증가해 5개월 만에 '트리플 플러스'를 기록했다. 특히 소비는 2년 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늘었고,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1.4로 2018년 1월(111.6) 이후 7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민생쿠폰 13조원이 3분기 내 모두 사용된다면 소비쿠폰은 3분기 민간소비를 약 0.8% 증가시키고, 3분기 GDP는 0.3%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도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1.1%로 내놓았다.
류진이 KB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신속 재정집행이 이뤄진 데다 3분기부터는 1~2차 추경 효과도 직접 반영되는 만큼 정부 부문은 정부소비·투자 직접적으로도, 소비쿠폰을 통해 간접적으로도 성장을 견인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장기 저성장 늪…기초체력 배양 급선무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회성 정책으로는 내수 회복세가 안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쿠폰 등 단기 부양책뿐 아니라 우리 경제 기초체력을 끌어올릴 중장기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한은의 분기 전망치를 살펴보면 3분기 급성장과 달리 4분기에는 0.2%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돈을 풀어도 경기가 쉽게 살아나지 않는 상황은 저출생·초고령화라는 인구 변화와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2011년 3.8%를 기록한 이후 14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OECD는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9%로 전망했고, 한은은 구조개혁 없이 이대로 가면 2040년대에는 잠재성장률이 0%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혁신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규제를 개선해 경쟁을 더욱 촉진하며,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간 규제 완화로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저출산·고령화로 금리 인하 정책 한계점을 지적하며 지난해만 연간 100건 안팎의 각종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 정책 △고령층 계속 근로 방안 △청년층 취업 문제 △거점도시 육성과 대학교 지역별 비례선발제 등 파격적인 구조개혁안을 제시해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 회복을 위해 단기 부양과 중장기 성장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며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다시 한번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내려면 생산성 제고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적극적인 미래 핵심 성장 동력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총요소생산성에 따라 우리 경제 성장률도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구조개혁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진입장벽을 완화해 새로운 혁신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도록 하거나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를 개선할 수 있다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