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고위급 인사를 노려 카타르 수도 도하를 공습했다. 이에 하마스와 휴전 협상도 파국 위기에 처할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은 이날 오후 3시 50분쯤 도하의 카타라 지구에서 폭음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하마스 정치국원들이 거주하는 주거용 건물이 공격당했다고 설명했다.
폭발이 일어난 직후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고 "군과 신베트는 하마스 테러 조직의 고위급 지도자를 겨냥해 정밀타격했다"며 공습 사실을 확인했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밀 무기를 사용했다며 "하마스 테러 조직을 격퇴하기 위해 작전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알렸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이번 작전이 '불의 꼭대기'로 명명됐으며, 전투기와 무인기(드론)가 이스라엘 본토에서 1800㎞ 넘게 떨어진 표적에 폭탄 10발을 투하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알아라비야는 소식통을 인용해 대표단을 이끄는 하마스 정치국 부의장 칼릴 알하야와 또 다른 고위급 자헤르 자바린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성명에서 알하야의 아들과 보좌관 등 5명만 숨졌다며 "협상 대표단을 암살하려는 적의 시도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카타르군 장교 1명도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그간 지도자급 인사의 사망 사실을 몇 달간 은폐한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 행사에 참석해 "어제 예루살렘 버스정류장에서 우리 시민들이 끔찍하게 살해당한 뒤 당국자들에게 하마스 지도부 살인자들을 저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테러 지도자들이 어디서든 처벌받지 않고 지낼 수 있던 시기는 지나갔다"면서도 "우리는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고 싶고,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 원칙을 받아들였다"며 하마스에 휴전안 수용을 압박했다.
이스라엘은 N12 방송은 이스라엘이 이번 공습을 수개월간 계획했다고도 알렸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후 하마스와 연대 중인 친이란 무장세력 레바논, 시리아, 예멘 등에서 군사작전을 벌였지만 카타르에서는 처음이다.
카타르 당국은 공습 여파로 가자지구 휴전 협상 중재를 잠정 중단하겠다는 뜻을 미국에 전달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비겁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이 범죄적인 공격은 카타르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고 규탄했다.
또 "이스라엘의 무모한 행위, 역내 안보를 계속 교란하는 행위, 카타르의 안보와 주권을 침해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변 걸프국과 아랍연맹(AL)도 규탄 성명을 냈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는 "미국 관리들이 하마스 지도부에 대한 공격을 이미 알았고 작전에 '그린라이트'를 보냈다"고 이스라엘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이스라엘 총리실은 "하마스의 최고 테러리스트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오늘의 행동은 전적으로 이스라엘의 독립적인 작전이었다"고 일축했다. 또 "이스라엘이 시작했고 이스라엘이 수행했으며 이스라엘이 책임을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오전 이스라엘의 공습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았다면서도 "카타르 내부에 대한 일방적인 폭격은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목표를 진전시키지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