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강조한 한미 정상회담, 성과는 빈약…한국계 美 의원 지적

영 김 의원실 제공
영 김 의원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을 가진 지 약 3주가 지난 가운데, 미국 의회에서는 한미 동맹 재확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방위비 분담과 통상 현안 등 풀리지 않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 출신 공화당 하원의원으로, 최초의 한국계 여성 의원 중 한 명인 영 김 의원은 이번 정상회담이 "필요한 동맹 재확인"의 의미는 있었지만, 내용 면에서는 부족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AJP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공개된 회담은 양국 정상 간의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다는 인상을 주었고, 무역·방위비 분담·안보 협력 문제를 깊이 다룬 논의는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관계에는 너무 많은 이해가 걸려 있으며, 양국 모두에게 동맹 강화는 상호 이익"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한미 동맹을 한반도 안보와 번영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역시 한국을 소중하고 존중하는 동맹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과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 왼쪽이 8월 25일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정상회담 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악관 제공 Daniel Torok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과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 (왼쪽)이 8월 25일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정상회담 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악관 제공 (Daniel Torok)

이번 정상회담 준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8월 25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 회담을 앞둔 불과 몇 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한국 내 "숙청이나 혁명"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치적 불안을 거론해 이 대통령 측을 긴장시켰다. 기자들이 배석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교회 압수수색"을 언급했으나, 이 대통령은 전직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사태와 관련해 국회가 임명한 특검이 사실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 설명하며 미군 기지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 이를 "오해"라며 수습했다.
 
회담 분위기는 이후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라고 치켜세우며 자신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자칭 "딜메이커" 이미지와 노벨평화상에 관한 관심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김 의원은 그러나 향후 북미 협상 환경은 훨씬 위험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북한은 트럼프 1기 때와 전혀 다른, 더 위험한 상대"라며 러시아와의 군사 동맹, 고도화된 핵 프로그램,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요구하며 비핵화를 거부한 점을 언급했다.
 
그리고 불과 며칠 뒤,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베이징 전승절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내며 지정학적 구도가 분명해졌다. 세 정상이 나란히 선 것은 66년 만이었다.
 
김 의원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미국과의 협상 의지가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김정은과 만난다 해도 의미 있는 진전은 없을 것"이라며 "2019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미국은 북한의 핵 현실과 그 위협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과거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 정책인 햇볕정책과 종전 선언 추진에도 부정적 견해를 다시 확인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와 불법 활동 중단, 인권 개선 같은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규모, 통상 문제 같은 민감한 의제는 피해 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결국 다시 부상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김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한국이 더 많은 주둔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밝혀 왔다"고 짚으며, 동맹이 여전히 "지역 안정의 등대"로 남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또 한국이 "평택 주한미군 기지를 오랫동안 제공해왔고, 조선·방위산업 분야에서 세계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양국이 "상호 이익이 되는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회가 협정이 "미국의 장기적 이익과 억제력 강화를 반영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중국의 위협을 억제하고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경제·기술 강국이자 특히 조선업에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중요한 파트너"라며 "미국 단독 생산만으로는 부족하고, 한국 같은 신뢰할 수 있는 동맹과 함께 공급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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