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정부 조직개편안에 반발하며 점차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른바 ‘검은 옷’ 시위에 이어 무대를 국회로 옮겨 대규모 집회는 물론 여야 의원 면담을 두루 추진하고 나섰다. 이르면 다음 주 중 금감원 설립 이후 사상 첫 총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면담을 진행한 후 노조 주장이 담긴 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충분한 공론화를 비롯해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으로 합리적 결정을 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8일부터 여의도 금감원 로비에서 조직개편에 반대하는 집회를 연 노조는 국회를 설득하기 위한 총력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선 정무위원장을 만난 데 이어 17일엔 국민의힘 소속 박수영 의원실과 금융감독체계 개편 관련 토론회를 연다. 18일엔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한다.
국회 앞 집회는 당일 점심시간에 이뤄질 예정이며 지난주 진행한 집회가 금감원 로비, 아침 출근 시간 등 시·공간 제약이 컸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국회 앞 집회는 보다 대규모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3월 말 기준 금감원 노조원 수는 1817명에 달한다. 윤태완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앞 집회에 1000여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 모두 찾아갈 것”이라고 대응 강화를 시사했다.
이처럼 금감원이 움직임을 조직 외부로 확장하고 나선 건 다가오고 있는 입법 절차 시한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 정부 조직개편안을 상정한다는 계획인데 만약 실제 법안이 통과하면 사실상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 등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이에 시간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만큼 당장 다음 주 중 총파업을 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대로면 1999년 금감원 설립 이후 사상 첫 총파업이 된다. 총파업까지는 사전에 교섭과 쟁의행위 투표 등 절차가 필요한 만큼 최소 일주일 이상 시간이 소요돼 노조가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총파업 여부는 여야 간 합의가 최종 관건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관련 법안은 정무위원회 소관인데 정무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에서 얼마나 법안을 빨리 의결하느냐에 따라 총파업 시기가 바뀔 수 있다. 윤태완 비대위원장은 총파업 관련 “국회의 시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처럼 금감원이 조직개편에 대해 반발하는 모습을 두고 일각에선 부정적인 여론도 존재한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명분일 뿐 금감원의 권한과 위상 약화를 막으려는 게 본질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 정부는 앞서 금감원 내 금소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고, 금감원과 신설될 금소원 두 곳 모두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포함한 정부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계획대로면 내년 1월 2일 새 금융감독체계가 출범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