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모으면 뭐하나요" 4인 가족 만점도 탈락…다시 떠오르는 '청약 무용론'

  • 3년 새 220만명 이탈…"통장 해지는 신중해야" 조언도

 
"최근 강남 청약에서는 4인 가족 만점자도 떨어지는데 청약통장 가입 후 10년 동안 유지해서 이를 쓸 수 있을지 고민이 많습니다."(30대 직장인 A씨)

최근 청약통장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르엘'에서 올해 첫 수도권 '만점 통장'이 나오는 등 청약 당첨 커트라인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대출 규제, 분양가 상승까지 겹친 영향이다.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로또 청약에는 여전히 많은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으나 청약 당첨 가능성이 낮아지며 청약통장 이탈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주택 청약통장 가입자는 2637만326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8월 2683만3033명 대비 45만9764명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말 가입자 수가 2648만5223명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에만 가입자 수가 11만1954명이나 감소했다.

가입자 수 감소 현상은 지난 2022년을 기점으로 지속되고 있다. 7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가장 많았던 2022년 2858만1171명과 비교하면 약 3년 동안 무려 220만명 이상 청약통장 이탈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청약통장 이탈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은 청약 가점 인플레이션으로 갈수록 당첨 확률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잠실르엘의 평균 당첨 가점은 74점으로 집계됐다. 경쟁률 596.9대 1을 기록한 평면인 74㎡C의 최고 가점은 만점인 84점이었다. 7인 이상 가구가 15년 넘게 무주택 기간을 유지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당첨 하한선은 70점으로, 4인 가족 만점자(69점)도 떨어졌다.

청약통장 가점 점수는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통장 가입 기간 등으로 정해진다. 84점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본인 제외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 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이어야 한다. 가구별로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는 4인 가구 69점, 5인 가구 74점, 6인 가구 79점, 7인 가구 이상 84점이다. 1~2인 가구가 대부분인 청년층의 당첨이 사실상 어렵다.

6·27 대출 규제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최대 금액이 6억원으로 묶이며 청약 문턱이 더욱 높아진 상황에서 분양가가 급등한 점도 청약통장 이탈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지수 2022년 12 147.2였으나 올해 7월 말 기준 224.2를 기록하며 52.3% 상승했다. 지난 7월 말 기준 서울 평균 분양가는 ㎡당 1374만5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23% 올랐다. 국민평형(84㎡)기준 11억5458만원에 달한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 연구소장은 "현재 가점제 구조상 가입 기간과 함께 부양 가족 수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가입 기간이 짧은 청년층은 당첨이 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청년층에 대한 추첨 물량을 확보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추첨제, 특별공급, 공공분양 등 청약통장을 활용할 방법이 많은 만큼 가입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또 최근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영향으로 향후 공공분양 아파트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청약통장 보유가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심 소장은 "공공분양 아파트의 일반 공급은 저축 총액 또는 납입 횟수로 당첨자를 결정하고, 통장이 있어야만 신청할 수 있는 공급 유형도 적지 않다"며 "또 정부가 관련 혜택을 늘리기 위한 여러 방안도 내놓고 있고, 청약통장은 언제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해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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