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이 장기화하며 금융 소비자 보호에도 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조직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금소원 설립위원회를 구성해야 할 금융위원회도 개편 혼란을 겪어 이를 제때 추진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 일정을 감안하면 일러야 내년 4월 이후에나 금소원 설립위가 윤곽을 갖출 전망이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금융위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추후 금소원 신설을 위해 먼저 금융위가 ‘금소원 설립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금융위가 설립위원을 위촉해 설립위를 만들고 설립위가 금소원 정관을 작성해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금소원 설립 등기, 사무와 재산 인계 등 작업을 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설립위 구성을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에나 시작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5일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인데 금소원 신설에 관한 내용이 담긴 금융위 설치법 등은 일러야 내년 4월에나 통과될 전망이다. 해당 법안은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정무위원회 소관이어서 여야 간 합의 불발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시 정무위에서 최대 180일간 계류할 수 있어서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부조직개편 관련 토론회에서도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정부가 조직개편을 발표하며 당사자나 이해관계자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며 “일방통행식 개편이 진행 중이며 정무위 위원 누구도 사전 협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내년 4월 개정안이 통과되고 난 이후에도 금소원 설치위 작업에 속도를 내기는 여의치 않다. 설치위를 주관하는 금융위 역시 간판을 금융감독위원회로 바꾸고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로 이관해 대부분 인력이 세종시로 자리를 옮기는 등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현실적으로 금소원 설치 작업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
이미 금융감독체계 개편으로 사실상 금융당국에 업무 공백이 생긴 한편 금소원 설치가 장기화할수록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공백이 점차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 직원들은 당장에 금소원 분리를 철회하라며 반발 집회를 이어가고 있고, 사실상 ‘콜센터’로 전락할 것이라며 직원들이 금소원에 가기를 꺼리고 있어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금소원은 신설 기관인 만큼 초대 원장이 취임할 때까지 리더십 공백도 불가피하다. 개정법률안에 따르면 금소원장은 금감위 의결을 거쳐 금감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조직개편 운을 띄우긴 했지만 여야 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금융당국 직원들은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뭐라도 빨리 정해져야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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