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혼부부의 꿈까지 짓누르는 규제는 교각살우(矯角殺牛)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 북에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를 이같이 정면으로 비판한 뒤,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 제도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서울시가 공급하는 ‘미리내집’은 시세의 80% 이하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이다. 올해 청약경쟁률이 최고 759.5대 1에 달할 만큼 젊은 세대의 폭발적 지지를 받고 있다. 불안정한 민간 전세시장에 지친 신혼부부에게는 ‘안정된 둥지’로 꼽혀왔다. 그러나 정부의 대출 규제가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오 시장이 이날 페북에 제시한 문제의식이다.
현재 신혼부부 대상 정책대출인 버팀목 전세자금은 수도권 보증금 4억 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된다. 서울의 현실과는 괴리가 큰 기준이다. 실제 이 조건을 충족하는 단지는 전체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지방과 수도권의 집값 차이를 감안하지 않은 일률적 잣대가 불합리하다는 것이 오 시장의 지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6·27 규제 이후 대출 한도도 줄었다. 신혼부부 전세대출의 수도권 한도가 3억 원에서 2억 5000만 원으로 축소되면서 입주 문턱이 더 높아졌다. 성북구 미리내집의 경우 과거에는 자기자금 9000만 원이면 입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1억 4000만 원을 마련해야 한다.
오 시장은 “집값 억제와 무관한 장기전세까지 묶어 신혼부부의 짐만 키웠다”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제도 개선을 국토교통부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와 장기전세는 투기 억제용 금융 규제에서 분리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특성을 반영해 보증금 기준과 대출 한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미리내집’ 입주자를 위한 전용 대출상품 마련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금융권과 협업해 보증금 일부를 보증기관이 보완하거나, 장기 고정금리 상품을 설계해 신혼부부의 초기 자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민이 높은 경쟁률로 증명한 제도의 가치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의 경직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오 시장의 말처럼,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집값 억제가 아니라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세밀한 조정이다. 신혼부부의 ‘첫 보금자리 꿈’이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좌절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