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지나면 지날수록 너무 힘들어요. 예전엔 ‘하면 잘된다’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어림도 없어요. 죽을 때까지 음악에 매달려야 해요.”
데뷔 60주년을 앞둔 ‘K-클래식의 원조’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7)는 18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인생은 생각하는 것과 너무 다르다”라며 이처럼 말했다.
정경화는 음악적 동반자인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오는 11월 뉴욕 카네기홀에 서는 등 미주 투어에 오른다. 해외 무대에 앞서 국내 관객들과도 만난다. 오는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을 비롯해 고양(9월 21일), 통영(9월 26일)에서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1번과 3번, 그리고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를 선보인다.

그는 그러면서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음악이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이란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고 한다. “6살 때부터 무대에 올라 모차르트 콘체르토를 연주했죠. 그때 기억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어요. 청중들이 제 연주를 듣는 모습을 보며 ‘이게 내가 갈 길인가’라고 생각했죠. 멘델스존 콘체르토를 연주했을 때는 무대에서 춤을 추면서 했어요. 모차르트를 듣는 관객들을 보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었죠.”
정경화는 어머니의 ‘음악을 쥐고 흔들어야 한다’는 말처럼 연주마다 혼신을 다했다. ‘기립박수를 받지 못하면 끝난 것’이란 각오로 무대에 임했다. “즉각적인 기립박수를 받지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대개는 연주하자마자 청중들이 바로 일어났어요. 압박이 컸어요. 그렇지만 그 나름대로 연주를 즐겼기에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죠.”
2년 후 세계 무대 데뷔 60주년을 앞둔 그는 "하고 싶은 것은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2년 후에는 뭘 들려드릴까요? 슈만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파르티타를 피아노 반주를 넣은 버전으로 편곡한 것이 있어요. 50년 전에는 슈만에 대해서도 잘 몰랐죠. 하지만 최근에 다시 봤는데 너무나 마음에 들더군요. 케빈이 연주하는 슈만의 피아노 파트가 특히 아름다워요. 슈만은 로맨틱 음악이고, 물론 하모니제이션도 독특하죠. ‘이걸 연습하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어요.”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