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전후 80년 메시지'를 다음 달 4일 총재 선거 후 자신의 퇴임 전 발표하는 방향으로 최종 검토에 들어갔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24일 이시바 총리가 메시지 발표로 총재 선거가 영향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시기를 이렇게 가닥 잡은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앞으로 선거전을 치르며 전후 80년 메시지에 대한 찬반 의견이 쟁점화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어떤 시기에 발표해도 영향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해설했다.
산케이는 이시바 총리가 메시지를 통해 전쟁 전의 국가 체제와 군부에 대한 문민 통제의 실태, 전후(戰後) 자위대의 방향 등을 중심으로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역사 인식에 대해서는 과거의 총리 담화를 계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전전(戰前) 시기 군부 통치권이 확대 해석돼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던 점에 초점을 두고, 현행 일본 헌법 하에서의 자위대 위치 등도 메시지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또한 이시바 총리는 지난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보수 포퓰리즘이 대두한 점에 대해 주변에 "이대로 가면 같은 잘못을 반복하게 된다"고 언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전전 시기 여론과 언론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퇴진을 표명한 이후에도 메시지 발표를 계속해서 검토해 왔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작성에 관여했던 전문가를 개별적으로 만나 의견을 듣기도 했다.
한편 교도통신도 이시바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 후 전후 80년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답습하고서 개전을 막지 못한 요인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올해 전후 80년을 맞아 각의(국무회의)를 거친 '총리 담화' 발표를 검토하다가 자민당 내 옛 '아베파' 등 보수 세력 반발을 고려해 개인 명의의 견해를 내기로 했다. 발표 시기도 유엔총회 기간인 9월 23~25일 전후를 고려했다가 자민당 총재 선거과 겹치면서 선거 이후로 늦추게 됐다.
일본 총리들은 전후 50년인 1995년부터 10년 간격으로 패전일인 8월 15일께 각의를 거쳐 담화를 발표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는 전후 50년 담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전후 60년 담화에서 각각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5년 전후 70년 담화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대전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 왔다"며 '과거형'으로 사죄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사과를 계속할 숙명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패전국으로서 사죄를 그만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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