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 AI 스타트업이 제2의 오픈AI·딥시크로 도약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2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글로벌 포럼(2025 GGGF)'에서는 '한국 스타트업의 성장 전략과 소버린 AI(Sovereign AI) 추진 방안'을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이정수 플리토 대표, 이랑혁 구루미 대표, 이현동 슈퍼브에이아이 대표와 장병탁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AI연구원장)이 소버린 AI 추진 전략과 정부·대기업·스타트업의 역할을 짚었다.
토론자들은 소버린AI를 '데이터·알고리즘·인프라·인재·서비스가 한데 묶여 선순환하는 국가 단위 생태계'로 정의했다. 이들은 방어(수성) 논리를 넘어 공격적 성장(공성)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랑혁 대표는 "소버린 AI 추진에 동의한다"며 "특히 보안, 국방, 금융, 교육과 같은 민감하고 중요한 분야에서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거대언어모델(LLM)이 필수다. 자체 소버린AI를 꾸준히 개발하면서 동시에 해외 LLM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전략과 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수 대표도 "특히 안보 관점에서 국가 자체 AI 모델을 갖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며 "제조업 등 국내 핵심 산업에 AI를 적용할 때도 해외 AI 모델을 그대로 가져와서는 한국의 특수한 환경에 정확히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의 독자적인 AI 기반을 닦는 것이 G3 강국으로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현동 대표는 "만약 우리가 계속 외산 AI 서비스만 사용한다면 외국의 문화, 생활, 사고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한국이 잘하고 있는 산업의 고유한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토론자들은 소버린AI를 성공시키기 위해 정부, 기업, 스타트업이 각자 역할을 명확히 나눠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현동 대표는 "AI 시장을 인프라, 알고리즘, 데이터, 서비스의 계층으로 볼 때 인프라와 알고리즘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와 대기업이 주도하는 것이 맞다"며 "반대로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데이터와 서비스는 스타트업이 가장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가 있어야 서비스를 만든다는 생각에 매몰되기보다 작더라도 서비스를 먼저 내고 사용자를 통해 실제 데이터를 쌓는 선순환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정수 대표는 K-팝을 사례로 들었다. 이정수 대표는 "자본·인재·데이터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세계 시장을 사로잡았다"며 "그 성공을 계기로 글로벌 자본과 인재가 한국으로 몰려왔다"고 설명했다.
이정수 대표는 "AI 역시 마찬가지"라며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독특한 서비스를 먼저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시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다. 이를 발판으로 투자를 유치해 부족한 인프라를 채워나가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를 발판으로 투자를 유치해 부족한 인프라르 채워나가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랑혁 대표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AI 서비스 특성에 맞는 대가 산정 기준이 필요하다"며 "AI는 지속적인 데이터 학습과 업데이트가 생명인데 공공 사업에서는 이를 반영하지 않고 기존 IT 유지보수 요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했다.
이현동 대표는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고 보안을 기반으로 역할과 권한에 따라 관리하는 정책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랑혁 대표는 "지방 정부에 AI 전담 조직 설치를 의무화하고, AI 전문가들이 지방에 자문해줄 수 있도록 전문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AI 패권 경쟁이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무대에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방과 협력이 필수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정수 대표는 "수성(방어)은 스스로 도태되는 길"이라며 "방어하려고 할수록 기술 발전이 느려지고 국제사회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정수 대표는 한국 국방AI 사례를 예로 들며 "국방부는 안보를 이유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국내 국방 AI기업이 성장하지 못했다"며 "반면 미국은 자국 국방 데이터를 스타트업에 공개해 강력한 국방AI를 만들었고 그 AI가 한국에 들어와 우리가 지키려던 국방 데이터를 보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정수 대표는 기술이 좋은 나라와는 어디든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중국은 지난 2017년 이후 외국 IT 기업에 대한 규제가 매우 심해져 데이터 반출등 직접적인 사업 협력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미국은 규제가 훨씬 적어 우리 기업들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다. 어떤 나라든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협력하여 우리의 기술력을 키우고 글로벌로 나아갈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토론자들은 소버린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로 데이터 규제 완화와 제도 개편을 꼽았다.
이현동 대표는 "현재 공공, 국방, 제조 등 모든 산업에서 데이터가 부서별·기관별로 완전히 분절돼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한 대기업이 다른 두 팀이 서로 모른 채 똑같은 AI 사업을 발주하는 일도 있다"며 "미국은 국방부 데이터까지 클라우드에 올려 관리하고 있고 일본은 사스(SaaS)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현동 대표는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고 보안을 기반으로 역할과 권한에 따라 관리하는 정책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랑혁 대표는 "AI 시대에 맞는 법과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며 "현행법은 창업 7년이 지나면 스타트업이 아니라고 규정해 각종 투자와 세제 혜택에서 제외하는데 기업 연차가 아닌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이전까지 성장 가능성을 보고 스타트업으로 인정하는 유연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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