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는 한·미 정상회담에 참여한 통역사의 역량에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해당 통역관의 교체 소식이 전해졌고, 지난 8월 베트남 당 서기장의 국빈 방문에서는 베트남어 통역사들 중 1명이 심각한 역량 부족 문제를 드러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세계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대통령과 정부의 해외 업무가 바삐 진행되고 있는 이때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전달해야 하는 통역에서 잇따라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영어를 비롯해 중국어, 일본어 등 국내에도 구사 인구가 많은 주요 외국어의 경우에는 통역사의 역량을 검증하고 대체 인력을 구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베트남어와 같은 특수 외국어의 경우, 국제 무대에서 통역을 할 정도의 능력을 갖춘 인물을 찾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역량을 검증하는 것도 비교적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관가에서도 특수 외국어 통역이 필요할 경우, 통역 능력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이전에 고용했던 통역사를 관성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는 정부 통역 시장에 있어 일종의 인위적 독점으로 이어지면서 시장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기 쉽다. 유능한 통역사라면 계속 일을 맡기는 것이 맞지만, 통역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는 역량의 인력조차 통역사로 고용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최악의 경우, 오역과 같은 통역 문제가 잇따라 터져도 기존에 활동한 통역사가 계속 고용되는 반면 더 유능한 통역사가 있더라도 기회를 부여받기가 어렵다. 이렇게 되면 정부 간 협력과 교류를 원활하게 도와야 할 통역이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그중에서도 베트남어는 통역 인력 환경이 차츰 개선되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어느덧 한국 내 거주하는 베트남인도 30만명에 달하고, 유학생 등 고학력 인력도 10만명을 넘는다. 또한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도 20만명에 육박하고 있고, 베트남어 통역대학원도 국내에 설립돼 통역 인력 풀이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 측면에서도 통역사의 능력을 충분히 검증하고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10월로 접어들면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많은 해외 정상과 주요 인사가 한국을 찾을 것이고, 많은 만남에서 통역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에 정부도 APEC 준비에 여러가지로 여념이 없는 상황이지만 통역에도 점검에 만전을 기해 APEC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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