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미로운 치아백서] '정성'이 '상처'가 될 때...가을비의 경고, '치경부 마모증'

유슬미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사진= 유슬미 D.D.S]


가을비가 줄곧 내리고 나서 "이가 시리다"고 호소하며 치과를 찾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날이 추워질 때 치아가 더 시리다는 것은 단순한 기온의 문제가 아니라, 치아의 구조적 방어가 약해졌다는 SOS신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양치질을 자주 꼼꼼히 해야 충치와 잇몸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너무 강하게, 너무 자주, 그리고 잘못된 방향으로 양치질을 하면 오히려 치아가 손상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치아는 겉에서 보면 단단한 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겉면의 법랑질(enamel) 아래에는 신경과 연결된 상아질(dentin)이 자리하고 있죠. 상아질에는 아주 미세한 상아세관이 뻗어 있어 외부 자극이 그대로 치아신경에 전달됩니다. 법랑질이 마모되거나, 잇몸이 내려가거나, 충치가 있거나, 치경부(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부위)에 미세 균열이 생기면 상아질이 외부에 노출됩니다. 그 상태에서 찬 공기나 찬 물이 닿으면 치아 신경이 직접 자극을 받아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치경부(齒頸部)’는 말 그대로 치아의 ‘목 부분’을 뜻합니다. 치아와 잇몸이 맞닿는 경계 부위로, 구조적으로 다른 부분보다 약한 부위입니다. 이곳의 법랑질이 마모되어 움푹 파이거나 시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치경부 마모증’이라 합니다. 초기에는 아주 좁고 깊은 틈으로 시작해서 진행되면 눈으로 보기에도 치아 목 부분이 쐐기처럼 파여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예방을 위해서 가장 손쉽게는 우선 시린 이 전용 치약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일반 치약에 비해서 치아를 마모시키는 성분은 적고, 질산칼륨, 불소, 아르기닌 등의 성분이 치아 신경 전달을 차단하고 상아세관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양치질을 할 때, 칫솔로만 빡빡 닦기 보다는 부드러운 칫솔질과 함께 치실이나 치간 칫솔 또는 워터픽 등을 적절히 사용하여 치아 사이사이의 구강 위생을 관리하기를 추천합니다. 

뜨거운 음료 섭취 후 바로 찬 바람을 쐬는 것은 치아에 미세균열을 유발할 수도 있으며 과도한 온도차는 치아를 더욱 민감하게 할 수 있으니 자제하세요. 이갈이나 이 악물기, 딱딱한 음식을 즐겨먹는 습관은 고치셔야 합니다. 그러나 시린 증상이 반복된다면, 민감성 치약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근본 원인(치경부 마모, 잇몸퇴축, 초기 충치 등)의 검진과 해결이 필요합니다. 

하루 세 번의 양치질이 치아를 지키는 시간이 될지, 혹은 서서히 닳게 하는 시간이 될지는 우리의 손끝 습관에 달려 있습니다. 건강한 구강 관리의 핵심은 ‘세게’가 아니라 ‘바르게’, ‘많이’가 아니라 ‘꾸준히’ 입니다.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서울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통합치의학 전문의
현 치과의사 겸 의료 전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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