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북극항로 타고 영국까지 20일만에... 중국의 '빙상 실크로드'

  • 中 컨테이너선, 얼음 뚫고 20일만에 英도착

  • 얼음 뚫고 항해...수에즈운하보다 시간 1/2 단축

  • 中전문가 "북극항로=미래 세계경제 新회랑"

  • 미중 무역전쟁 속 中-EU 해상운송로 '부상'

북극항로와 기존항로 비교 그래픽아주경제DB
북극항로와 기존항로 비교. [그래픽=아주경제DB]


지난 14일 중국 해운사 하이제항운(영문명 시레전드) 소속 컨테이너선인 '이스탄불 브리지호'가 영국 팰릭스토우항에 도착했다. 지난달 23일 중국 닝보 저우산항을 출발해 일본 동쪽 바다를 지나 북극해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이른바 '북극항로'를 통해 20일 만에 도착한 것이다. 북극항로는 기존의 수에즈 운하 항로(40일), 아프리카 희망봉 경유 항로(50일), 중국과 유럽을 잇는 화물열차 노선(25일)과 비교해 운행 시간과 비용을 대폭 단축시키며, 중국과 유럽을 잇는 새로운 무역항로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중국이 빙상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했다"고 표현했다.
 
얼음 뚫고 항해...수에즈운하보다 시간 1/2 단축


북극항로는 최근 수십 년간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기온이 상승해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생겨난 해상 운송로다.

러시아 시베리아 북부를 경유하는 북동항로(NSR)와 캐나다 북부를 지나는 북서항로(NWP)로 나뉜다. 북동항로는 러시아의 배타적 경제 수역을 지나가는만큼 사실상 러시아가 관할하고 있다. 러시아가 일찌감치 항만과 쇄빙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활용도가 높아졌다.

반면 북서항로는 얼음 조건이 좋지 않은 데다가, 캐나다가 인프라를 거의 구축하지 않아 현재로서 북극항로는 사실상 북동항로만 이용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장 짧은 항로다. 운송 시간 단축은 물론 대량 운송이 가능해 운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데다가, 선박 연료 사용과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어 상업적 가치가 있다.

특히 북극항로는 열에 민감한 상품 운송에 적합해 중국의 새로운 수출 주력상품으로 떠오른 리튬 배터리·태양광·전기차, 이른 바 신싼양(新三樣·새로운 3가지 품목)' 수출에 유리하다. 실제 닝보 세관에 따르면 이번 '이스탄불 브리지호'에도 '신싼양' 화물이 대거 선적됐다.

글로벌 공급망 안정 측면에서도 북극항로는 경쟁력이 있다. 그간 말라카 해협·수에즈 운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자주 차단돼 물류망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한 탓이다.

양린성 중국과학원 지리과학 및 자연자원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매체 펑파이망에 "북극항로의 90%가 러시아를 통과하고 있다"며 "중·러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북극항로는 다른 항로에 비해 지정학적 위험성이 적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도 북극 해저에는 석유, 천연가스 등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북극항로를 통제하는 것은 곧 자원과 해상 요충지의 패권을 장악하게 되는 셈이다.
중국을 출발한 컨테이너선 ‘이스탄불 브리지’호가 북극 항로를 경유해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동부 펠릭스토항에 도착해 있다 사진신화통신
중국을 출발한 컨테이너선 '이스탄불 브리지'호가 북극 항로를 경유해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동부 펠릭스토항에 도착해 있다. [사진=신화통신]
 
"북극항로 장악이 곧 미래 세계경제의 新회랑 장악"


게다가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과 막대한 무역 전쟁을 치르는 중국으로선 세계 3위 경제 연합체인 유럽연합(EU)과의 해상 운송의 중요도가 더 커졌다.

추이훙젠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 소장은 14일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불안한 세계 무역 환경에도 불구하고 중국·EU간 무역은 여전히 ​​활발하다"며 "기존의 해상 운송로와 중국-유럽 화물열차 이외에 북극항로까지 더해지면 두 지역간 교역에 안정성을 더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했다.

북극항로가 활성화되면 유럽·아시아 경제 중심이 북쪽으로 이동하며 지정학적 지도를 바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치관쥔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대외무역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북극 항로의 상업적 가치가 부각되면서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경제 지형이 점차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치 연구위원은 "북위 30도 이북 지역은 전 세계 산업 제품의 80%를 생산하고 국제 무역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며 "북극항로는 새로운 경제회랑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동북아시아 국가가 북동항로를 통해 러시아·북유럽과 연결되고, 북서항로를 통해 북미와 연결된다면 동아시아·북유럽·북미를 연결하는 새로운 세계 경제권을 형성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북극항로는 상업적 가치와 지정학적 이익이 결합된 해상로"라며 "중국의 무역 범위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방의 해운 영향력에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전푸 다롄 해사대 교수도 "지정학적 관점에서 북극항로를 장악하는 자가 세계 경제와 국제 전략의 새로운 회랑을 장악할 것"이라고도 표현했다.
 
미중 무역전쟁 속 中-EU 해상운송로 '부상'


사실 중국은 북극 항로의 개발과 경제 협력을 위해 적극적 행보를 보여왔다. 2017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빙상 실크로드' 공동 건설을 처음 제안했다. 빙상 실크로드는 북극항로를 활용해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 물류 루트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 (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북극까지 확장한다는 국가 비전이다. 이어 2018년 1월 중국 정부는 북극정책 백서를 발표해 '빙상 실크로드'를 공식화했다.

물론 북극항로가 단기간 내 기존의 중국~유럽 운송로를 대체하기엔 리스크도 있다. 북극항로는 해빙 변동과 급작스러운 기상 변화로 인한 예측 불가능성이 여전히 커서 정시성이 보장되기 힘들다. 북극 연안의 대형 서비스 항만 인프라를 비롯해 탐색 구조 등의 서비스가 부족해 조난 시 구조가 어려운 만큼 해상 보험료도 높은 편이다. 컨테이너선과 쇄빙선이 과도하게 북극항로를 운행하면 빙하가 녹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으며, 선박의 소음이나 유출물로 인한 생태계 파괴 우려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북극항로는 기존의 운송로를 대체 혹은 보완할 수 있는 유력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 북극연구소의 말테 훔퍼트 소장은 "수에즈 운하에 매년 약 1만척의 선박이 통과하는 것과 비교하면 북극항로 운송량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면서도 "하지만 30~40년 후, 얼음이 30%, 40%, 또는 50% 더 녹는다면 갑자기 6개월 동안 얼음이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북극항로가 내일 당장 수에즈 운하를 대체할 순 없겠지만 중국-유럽 해상로의 매우 중요한 보완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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