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AI 바람] 예술 영역으로 확장된 AI… 기술 발전인가, 노동 침해인가

  • 대본 학습·배우 목소리 복제로 2023년 미국서 파업 이어져

  • 영화 출연 제의받는 AI 캐릭터·저작권 분쟁 등 논란은 여전

  • 한국선 강윤성 감독이 상업영화 최초 AI 기술 도입하기도

2023년 SAG-AFTRA 파업 참가자들이 AI 기술 활용 규칙 확립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2023년 SAG-AFTRA 파업 참가자들이 AI 기술 활용 규칙 확립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지난해 할리우드가 멈췄다. 2023년 5월 미국작가조합(WGA·이하 작가조합)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7월에는 미국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이하 배우조합)도 합류했기 때문이다.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이들이 뿔난 표면적인 이유는 임금과 스트리밍 수익 배분이었지만 핵심 쟁점은 인공지능(AI)이었다. AI가 작가의 대본을 학습하고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를 복제하는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창작자들은 생존권 위협을 호소했다.

파업은 100일 넘게 이어졌고 결국 2023년 11월 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은 ‘AI가 작성한 대본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배우의 외형과 음성 복제 시 본인 동의가 필요하다’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다만 제3자나 독립 AI 제작사에 대한 규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 AI를 둘러싼 논의는 한층 현실적인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인스타그램에서 활동 중인 AI 캐릭터 ‘틸리 노우드’가 실제 영화 출연 제의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배우와 감독들은 “AI는 인간의 창작물을 학습한 결과물일 뿐”이라며 예술 노동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스칼렛 요한슨 사례도 파장을 키웠다. 오픈AI의 음성형 챗봇 GPT-4o의 기본 음성 ‘스카이’가 영화 ‘허(Her)’ 속 요한슨 목소리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요한슨은 “딥페이크 시대에 개인의 정체성을 보호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픈AI는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결국 해당 음성을 삭제하며 논란을 일단락했다.

저작권 분쟁도 잇따르고 있다. 디즈니와 유니버설은 이미지 생성형 AI ‘미드저니(Midjourney)’를 상대로 “자사 캐릭터를 무단 재창조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오픈AI는 영상 생성기 ‘소라(Sora)’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자 동의가 없으면 해당 자료가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거부권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AI 활용 논의는 한국 영화계로도 확산 중이다. 강윤성 감독의 신작 ‘중간계’는 국내 상업영화 최초로 AI 기술을 전면 도입했다. 실제 배우의 연기와 AI 시각효과를 결합한 사례로 제작 효율과 창작 윤리를 둘러싼 논의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올해는 국내 첫 AI 영화제가 신설되고 AI 시나리오 공모전도 추진되고 있다.

다만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비하다. AI 창작물의 저작권 귀속, 학습 데이터 활용 범위, 배우 초상권과 음성 데이터 보호 등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윤리와 제도 논의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AI가 예술 노동의 영역으로 확장된 만큼 영화 산업은 기술 발전과 창작자 권리 보호 사이에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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