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연이은 대규모 해고가 ‘AI 버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AI로 인한 수익이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인건비 지출이 기업의 재정 부담을 가중하며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23일 IT업계 소식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 22일 약 600명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다음달 21일이 해고일이며, 대상자는 이날부터 ‘비근무 기간’으로 간주된다.
해고 대상은 주로 메타의 AI 인프라 부서, 기초 인공지능 연구 부서(FAIR), 그리고 기타 제품 관련 직책의 직원들이다. 다만, 알렉산드로 왕 최고 AI 책임자가 이끄는 ‘TBD 랩스’는 구조조정에서 제외됐다. 이 조직은 라마(Llama) 시리즈와 같은 기초 모델을 개발하는 부서다.
마크 저커버그 CEO의 이번 결정은 AI 부문의 수익이 불확실한 가운데 인프라 투자 비용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메타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투자액이 약 1180억 달러(약 17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프라 지출이 올해 급격히 증가했으며, 내년에는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지출이 예상된다. 반면 메타의 올해 매출 컨센서스는 180억~250억 달러로, 연간 지출의 약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저커버그는 올 상반기 실리콘밸리 AI 개발자들에게 최대 1억 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제시하며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AI 시장이 거대 언어 모델(LLM) 개발 경쟁에서 인프라 경쟁으로 전환되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전략을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웹 서비스(AWS)도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다. 지난 7월 클라우드 컴퓨팅 부서에서 최소 수백 명을 감원했으며, 인사(HR) 부서에서는 최대 15%의 인력 감축을 계획 중이다. 중국 AWS 지사에서는 9월 말부터 20~30% 규모의 감원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2022년 이후 누적된 2만7000명 이상의 아마존 감원과 연계되며, 최근 AWS의 대규모 장애와 맞물려 논란을 낳고 있다.
메타와 AWS 외에도 여러 AI 중심 기업들이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텔은 AI 칩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올해 3만3900명에 달하는 대규모 감원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만9215명을 감원하며 AI 자동화 도입을 가속화했으며, 구글 역시 AI 중심 전략에 따라 인력을 재배치했다.
시장은 이를 AI 버블 붕괴의 초기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3년간 AI 열풍으로 과도한 투자와 채용이 이뤄졌으나, 비용 부담과 수익화 실패가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인프라 경쟁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 중인 오픈AI는 2028년까지 약 115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오픈AI의 올해 매출 전망은 150억~200억 달러 수준에 그친다. 내년에는 매출이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있지만, 시장은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는 오픈AI가 투자금 이상의 수익을 낼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다.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오픈AI의 내년 매출은 300억 달러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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