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우선 각 지방 정부의 시각에서 최대의 관심사인 정치 일정이겠지만, 현 정부 출범 1년 평가의 성격도 지니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직 7개월 정도 남은 시점인데도 정치권에서는 이미 선거전에 돌입한 양상이다. 비공식적으로 특정 지역의 후보군이 거론되기도, 공식적으로 선거의 의의를 규정하기도 한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내년 지방선거가 "제2의 건국 전쟁"이라고 외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는 극우 논란을 빚은 다큐멘터리 영화 관람의 연장선에 있는 행보로 보여 과연 선거에서 이기려는 의도인지 의문이다. 해당 영화는 제주 4·3 사건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관련 단체는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행위"라며 관람을 호되게 비난했다. 당내에서는 "제주도 표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걱정이 된다"는 푸념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성패가 서울에서 결정 날 것"이라는 전략에 따라 일부 지방 민심을 잠시 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전략이 적중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분명하게 있다. 이에 대해서는 "극우의 민심만 살피는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혹독한 평가도 뒤따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것은 최근 비슷한 맥락의 행보에 정점을 찍은 순간이었다. 쏟아지는 비판에 일부 당원과의 약속이었다는 해명이 되돌아왔지만, 상당수의 국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변명으로밖에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여당에는 공세의 명분만 주고 말았다. 시민사회에서는 "민주 사회에서 존재해서는 안 될 정당임을 증명했다"는 무시무시한 논평이 발표됐다.
윤 전 대통령은 불법적인 비상계엄으로 어렵게 차곡차곡 쌓아 온 민주주의 탑을 무너뜨리려 시도한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법원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 집행도 대통령 관저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방해했다. 구속된 이후 특검팀의 서울구치소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한 상황은 너무나도 민망해서 차마 활자로 옮기지는 않겠다. 그가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 장관이던 현 여당 의원은 "한 오라기의 양심줄도 보이지 않는 패륜의 극치"라고 논했다.
이런저런 혐의로 기소된 이후에는 이런저런 사유를 들어 재판에도 나오지 않으면서 본인이 그토록 강변했던 법질서 체계를 비웃고 있다. 마지못해 출정한 자리에서는 고작 배우자의 호칭을 놓고 불만을 털어놓는 졸렬함까지 국민에게 보여주고 있다. 본인이 검사였을 당시 작성한 공소장에도 일일이 피고인의 호칭을 챙기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을 계속해서 끌어안으려는 시도의 영향은 여론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발표된 결과를 살펴보면 중도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당과 큰 격차를 보인다. 정치의 분석가나 선거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전국 선거에서 중도층을 공략하지 않고서는 승리하기 어렵다는 것 정도는 안다. 하물며 정치의 한복판에서 의정 활동을 하고 있으면서 이 기본적인 전제를 모를 리 만무하다.
정말 현 정부의 실정을 국민에게 알리길 원한다면 지방선거의 결과를 제시하면 된다. 선거에서 선방이라도 하기 위해서라면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낼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 반대로 만일 강성 지지층이나 일부 지역에서만 표를 얻기를 원한다면 미약한 훈수를 거두겠다. 지금의 전략을 계속해서 밀고 나가시라. 당의 존립을 거론하며 커질 대로 커진 여당을 상대하면서 정치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