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 한켠, 작은 극장 하나가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름은 무비랜드.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이야기를 파는 오프라인 플랫폼’을 지향한다. 모춘 대표와 그의 팀은 원래 극장 일을 하던 전문가들이 아니었다. 브랜딩과 콘텐츠 기획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모베러웍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취향과 메시지를 중심에 둔 공간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우리 영화 좋아하잖아. 그럼 극장 만들어서 사람들과 같이 놀아보자.”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지만, 팀원들은 처음엔 당황했다고 한다. “갑자기 방향이 확 달라지니까 조금 놀랐죠. 하지만 하루하루 ‘왜 이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논의하면서 몰입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모춘은 “무비랜드 운영이 너무 재밌다”며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무비랜드의 핵심은 영화지만, 단순한 상영에 그치지 않는다. 큐레이터가 왜 특정 영화를 선정했는지를 설명하는 라디오 콘텐츠, 영화와 관련된 소장품 전시, 1층 기념품샵에서 직접 굿즈를 제작할 수 있는 체험형 실크스크린 기계 등 다양한 경험이 공간 곳곳에 배치돼 있다. 모춘은 “누군가는 영화보다 라디오 콘텐츠를, 또 다른 누군가는 스낵바를 좋아할 수 있다. 이야기가 일방향으로 가지 않고 거미줄처럼 엮이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좋은 영화의 기준도 단순하지 않다. 모춘은 “큐레이터로 선정됐을 때, 이 영화를 사람들과 함께 보고 싶다고 떠오르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말한다. 단순히 작품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 싶은 감정과 경험이 기준이다. 이런 관점에서 무비랜드는 영화 상영을 넘어, 관객과 큐레이터, 공간과 경험이 맞물려 살아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플랫폼이 된다.
성수동이라는 지역적 특성도 무비랜드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요즘 OTT 서비스의 확산으로 극장 관람객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모춘은 접근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성수동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동네예요. 이 공간이면 우리가 원하는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무비랜드 운영에는 모베러웍스에서 쌓은 경험이 큰 힘이 됐다. “모베러웍스가 메시지를 중심으로 활동했다면, 무비랜드는 그 연장선이자 더 디벨롭된 형태입니다.” 단순히 온라인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오프라인에서 관객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는 경험은 새로운 재미와 가치를 만들어냈다. “실제로 사람들과 대면해 대화를 나누는 순간, 그 재미와 가능성을 가장 크게 느낍니다.”
큐레이터 시스템 또한 무비랜드의 중요한 특징이다. 모춘은 “우리의 이야기를 폭력적이거나 강요처럼 전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감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면,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확장할 수 있다”며 큐레이터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큐레이터는 장르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연기, 음악, 시각예술 등 다양한 영역의 창작자들이 참여하며, 각 큐레이터의 팬과 관심 있는 관객이 극장을 찾는다. 결과적으로 관객층과 경험의 폭이 넓어지고, 극장은 단순한 영화관을 넘어 문화적 교류의 장이 된다.
무비랜드는 아날로그 감성도 강조한다. 디지털 시대임에도 수작업과 사람 간 만남을 중시하는 이유에 대해 모춘은 “그냥 이런 게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극장 운영 과정에서 장비 관리, 손님 응대, 공간 정비 등 현실적 어려움도 많지만, 팀원들과 함께 이런 과정을 만들어가는 경험 자체가 공간의 가치로 이어진다. 모춘은 팀원을 친구라 부르며, “힘든 조건을 이해하고 같이 만들어가는 경험이 동료 이상의 깊이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개관 1년을 돌아보며, 모춘은 “초반에는 1원도 못 가져가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했지만, 지금은 나름 성공적”이라고 웃는다. 극장을 통해 관객에게 이야기와 경험을 전달하고, 자신과 비슷한 결의 사람들과 교감하며 성장한 1년이었다. 그의 꿈은 단순하다. “놀면서 사는 삶, 솔직하게 사는 삶을 영화처럼 만들어가는 것.” 무비랜드는 바로 그런 꿈이 현실로 구현된 공간이다.
모춘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영화 같은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솔직하게 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드러내기 힘든 부분도 드러내고 이야기하며 사는 게 더 영화적입니다. 매일을 놀이처럼 즐기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세요.”
무비랜드는 단순한 극장이 아니다. 이곳은 영화를 매개로 삶과 취향,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플랫폼이자, 관객과 창작자가 만나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가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성수동의 작은 극장에서, 오늘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거미줄처럼 엮이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