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트럼프 관세에 의구심 제기…'상호관세' 존폐 기로

  • 트럼프, 대법 관세 소송에 "패소 땐 국가적 재앙"

  • 전문가 "판결서 관세 위법으로 판단될 가능성 높아"

미국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전경 사진EPA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대법원 전경 [사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 적법성을 판단하기 위한 연방대법원 심리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들마저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내면서 '상호관세' 정책이 존폐 기로에 섰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이날 워싱턴 DC 청사에서 약 3시간에 걸쳐 구두 변론을 진행했다. 정부 측 대리인과 함께 소송을 제기한 중소기업, 민주당 성향 12개 주(州)의 대리 변호인단이 차례로 법정에 서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적용한 것이 타당한지 여부였다. 1977년 IEEPA는 '국가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여러 경제적 조치를 취할 권한을 부여하며, 그중 하나로 수입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포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가 국가 안보와 경제에 큰 위협이라고 주장하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IEEPA에 근거해 100개 이상 나라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D 존 사우어 법무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 권한을 사용한 것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미국을 경제·국가안보적 재앙 직전의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세 부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무역 협상 타결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되돌릴 경우 "미국은 훨씬 더 공격적인 국가들의 가차 없는 무역 보복에 노출되고, 경제·국가안보 측면에서 파괴적 결과를 맞으며 강한 나라에서 실패한 나라로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원고 측 닐 카티알 변호사는 "관세는 곧 세금"이라며 "(헌법을 만든) 우리 건국자들은 과세 권한을 오로지 의회에만 부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회가 IEEPA를 제정하면서 언제든, 어느 나라든, 어떤 제품이든 대통령이 마음대로 관세를 정하고 변경할 권한까지 넘겨줬다고 보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과 CNN 등 외신은 보수 성향 대법관을 포함한 상당수 대법관이 '비상사태'를 근거로 대통령이 사실상 무제한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행정부의 주장에 의구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임명된 닐 고서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행정부 논리에 의문을 제기했다.

배럿 대법관은 정부 측에 "국방·산업 기반에 대한 위협 때문에 모든 나라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주장인가"라며 "일부 국가에는 그럴 수 있다고 보지만, 왜 그렇게 많은 나라가 상호관세 대상이 돼야 하는지 설명해보라"고 요구했다. 고서치 대법관은 "권력이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행정부에 축적되고 국민이 선출한 의회 권력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일방적 톱니'가 될 위험이 있다"며 행정부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는 데 따른 삼권분립 훼손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만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과세 권한에 대해 "그것은 언제나 의회의 핵심 권한이었다"고 언급하면서도 관세가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는 꽤 효과적이었다"는 점을 함께 짚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법관 9명중 6명이 관세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고 호의적 입장을 보인 대법관은 1명, 입장이 불분명한 대법관이 2명이라고 평가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체로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권한에 제약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브레넌정의센터의 리자 고이틴 국가안보 프로그램 책임자는 "보수 성향 대법관들조차 정부 측 주장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며 "이번 판결에서 관세가 위법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전망에 이날 뉴욕증시에서 자동차주, 유통주 등 관세 피해가 컸던 업종 주식들이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심리 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법원 심리에서 일부 대법관들이 지나치게 회의적이지 않았냐'라는 질문에 "오늘 법정 심리가 잘 진행됐다고 들었다"며 "만약 우리가 이번 재판에서 진다면 그것은 우리나라에 재앙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당초 직접 출석을 검토했으나, 심리를 사흘 앞두고 "이 결정의 중대성을 흐리고 싶지 않다"며 불참을 결정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패소하더라도 무역확장법 232조나 무역법 301조 등 다른 법률을 근거로 일부 관세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행정부는 다른 법적 근거를 통해서도 일부 관세를 부과할 수 있지만 IEEPA만큼 신속하고 단순하게 적용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며 대법원이 이를 위법으로 판단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관세 징수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상호관세 재판은 내년 6월 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측은 재판이 6월까지 이어질 경우 관세 징수 누적액이 1조 달러(약 1448조원)에 달할 수 있다며 조속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만일 상호관세 무효 판결 시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상호관세 명목으로 징수한 관세를 환불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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