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공예전 '미래유산'에 전시돼 있는 박창영 갓일 장인의 박쥐 문양 갓, 대나무, 죽사, 견사, 사, 옥, 60x26㎝, 1988 [사진=강상헌 기자]
'절차탁마(切磋琢磨)'란 사자성어가 있다. '끊임없이 갈고닦는다'는 의미다. 경주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공예전 '미래유산'에서는 그 의미가 살아 숨 쉰다.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전통 공예품들에는 시간을 쏟은 장인들의 혼 그리고 한국인의 정신과 조화의 미학이 담겨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함께 경주시 천군복합문화공간에서 오는 30일까지 개최하는 한국공예전 '미래유산'에는 원로 장인부터 신진 작가까지 총 36명이 참여했다. 금속, 도자, 섬유, 유리 등 작품 66점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공예문화의 가치와 철학을 조명하고 '연결·혁신·번영'의 정신을 공예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함께 경주시 천군복합문화공간에서 오는 30일까지 개최하는 한국공예전 '미래유산'에는 원로 장인부터 신진 작가까지 총 36명이 참여했다. 금속, 도자, 섬유, 유리 등 작품 66점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공예문화의 가치와 철학을 조명하고 '연결·혁신·번영'의 정신을 공예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국가무형유산 갓일(입자장) 보유자 박창영과 5대째 전승자이자 그의 아들인 박형박 작가의 갓 공예품들. [사진=강상헌]
◆전통 기술과 현대 콘텐츠의 문화적 연결
한국공예전 미래유산 2층 전시실에는 '갓'이 전시돼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갓은 단순한 모자가 아니라 신분, 예의, 품격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갓을 만드는 '갓일'도 까다롭다. 말총이나 대나무를 머리카락보다 가늘게 만들어 정교하게 엮은 뒤 갓의 가운데 올라간 부분인 '총모자'를 만들고, 차양 부분인 '양태', 두 부분을 조립하고 마감하는 '입자' 제작 등 세 가지 작업을 거쳐야 한다.
국가무형유산 갓일(입자장) 보유자 박창영과 5대째 전승자이자 그의 아들인 박형박 작가는 죽사 하나하나를 직접 손으로 꿰는 등 총 51개에 이르는 모든 공정을 다 수행하며 한국 전통문화의 정신적 측면을 복원하고 재현하고 있다. 한국공예전 미래유산 2층 전시실에서는 이들의 장인 혼이 담긴 갓 10점을 만나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박창영 갓일 장인의 '박쥐 문양 갓'. 조선시대 일부 양반들은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 등을 갓양태에 새겼는데, 박창영 장인은 박쥐 문양을 이 작품에 넣었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박쥐는 복과 수를 상징해 복을 기원하는 문양으로 사랑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갓 중앙에는 '청백리'를 상징하는 옥을 매달아 아름다움과 기품을 더했다.
한국공예전 미래유산 2층 전시실에는 '갓'이 전시돼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갓은 단순한 모자가 아니라 신분, 예의, 품격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갓을 만드는 '갓일'도 까다롭다. 말총이나 대나무를 머리카락보다 가늘게 만들어 정교하게 엮은 뒤 갓의 가운데 올라간 부분인 '총모자'를 만들고, 차양 부분인 '양태', 두 부분을 조립하고 마감하는 '입자' 제작 등 세 가지 작업을 거쳐야 한다.
국가무형유산 갓일(입자장) 보유자 박창영과 5대째 전승자이자 그의 아들인 박형박 작가는 죽사 하나하나를 직접 손으로 꿰는 등 총 51개에 이르는 모든 공정을 다 수행하며 한국 전통문화의 정신적 측면을 복원하고 재현하고 있다. 한국공예전 미래유산 2층 전시실에서는 이들의 장인 혼이 담긴 갓 10점을 만나볼 수 있다.

박창영 갓일 장인의 죽전립, 대나무, 죽사, 옥, 공작깃털, 50.5x17.5㎝, 2000(왼쪽)과 박쥐 문양 갓, 대나무, 죽사, 견사, 사, 옥, 60x26㎝, 1988. [사진=강상헌 기자]
또한 갓 중앙에 옥과 공작 깃털을 매단 박창영 장인의 '죽전립', 죽사와 은사(은으로 만든 실)를 섞어 만든 박형박 작가의 '은갓', 갓에 모시를 더한 '백립'과 붉은색 염색 실을 섞어 만든 '주립' 등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갓은 이번 전시 공예품 중 가장 인기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 덕분이다. 전시를 기획한 임미선 예술감독은 "갓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 외국인 관광객들 반응도 좋다"면서 "다만 직접 착용해 볼 수는 없다. 작품 하나 가격이 수천만 원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 밖에도 2층 전시실에서는 국가무형유산 유기장(방짜) 명예보유자 이봉주, 보유자 이형근, 이수자 이지호 작가의 '유기 싱잉볼'(이봉주) '청와대 만찬 식기 세트'(이형근) '굽이 있는 기물 시리즈'(이지호)를 비롯해 정구호 디자이너의 '2025 반닫이 11', 이슬기 작가·조성연 전통 누비 장인의 'U : 간이크다' 'U :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갓은 이번 전시 공예품 중 가장 인기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 덕분이다. 전시를 기획한 임미선 예술감독은 "갓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 외국인 관광객들 반응도 좋다"면서 "다만 직접 착용해 볼 수는 없다. 작품 하나 가격이 수천만 원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 밖에도 2층 전시실에서는 국가무형유산 유기장(방짜) 명예보유자 이봉주, 보유자 이형근, 이수자 이지호 작가의 '유기 싱잉볼'(이봉주) '청와대 만찬 식기 세트'(이형근) '굽이 있는 기물 시리즈'(이지호)를 비롯해 정구호 디자이너의 '2025 반닫이 11', 이슬기 작가·조성연 전통 누비 장인의 'U : 간이크다' 'U :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옻칠 공예가 정해조 작가의 최근작 나전 흑광율, 삼베에 옻칠, 나전:70x70x70㎝, 흑칠: 70x80x70㎝, 2022. 뒤쪽은 적청광율, 삼베에 옻칠, 각 70x150x138㎝ 2025. [사진=강상헌 기자]
◆한국 공예의 숨겨진 매력
2층 전시실에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옻칠 공예가 정해조 작가의 최근작 '나전 흑광율'도 눈길을 끈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원형 틀에 삼베를 겹겹이 둘러싼 뒤 옻칠을 한 작품이다.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듯한 진한 검은색 표면 위로 은은하게 반사되는 흑진주 조개껍데기가 더해져 오묘한 빛을 낸다. 여기에 작가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붉은색과 파란색 광택으로 광율을 만들어내 옻칠 색의 다양성을 녹여냈다.
정해조 공예가는 "옻의 성질은 신비스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옻칠의 본질 속에 광택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면서 "따라서 가장 중요한 건 옻빛이다. 옻빛이 처음에는 검은색으로만 보이지만 그 안에는 파란색이 들어갈 수 있고, 붉은색이 품어져 있을 수 있다. 이를 한국인의 빛깔로 살려서 어떻게 작품에 표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2층 전시실에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옻칠 공예가 정해조 작가의 최근작 '나전 흑광율'도 눈길을 끈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원형 틀에 삼베를 겹겹이 둘러싼 뒤 옻칠을 한 작품이다.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듯한 진한 검은색 표면 위로 은은하게 반사되는 흑진주 조개껍데기가 더해져 오묘한 빛을 낸다. 여기에 작가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붉은색과 파란색 광택으로 광율을 만들어내 옻칠 색의 다양성을 녹여냈다.
정해조 공예가는 "옻의 성질은 신비스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옻칠의 본질 속에 광택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면서 "따라서 가장 중요한 건 옻빛이다. 옻빛이 처음에는 검은색으로만 보이지만 그 안에는 파란색이 들어갈 수 있고, 붉은색이 품어져 있을 수 있다. 이를 한국인의 빛깔로 살려서 어떻게 작품에 표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익영 작가의 백자 달항아리, 백자토, 47x51.5㎝, 2023. [사진=강상헌 기자]
흑광률 작품 뒤에는 색이 대비되는 백자토가 전시돼 있다. 김익영 작가의 '백자 달항아리'다. 한국을 대표하는 조선시대 공예품인 둥근 백자항아리인 달항아리를 작가 특유의 미감으로 재탄생시켰다. 아래쪽은 날렵하고 위쪽은 둥글고 풍만한 곡선 형태가 특징이다. 면 깎기를 통해 비대칭을 만들어냈는데 작은 면들의 빛과 그림자가 미묘한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백색의 톤을 뽐낸다.

김준용 작가의 황혼, 유리, 43x45㎝, 2025(왼쪽)과 밤의 빛이 사라질 때, 유리, 42x24㎝, 2025. [사진=강상헌 기자]
김준용 작가의 유리 공예품도 관람객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공예품 '황혼'과 '밤의 빛이 사라질 때'는 빛에 따라 색채가 다채롭게 변화하는 유려한 곡선과 날카로운 모서리가 균형을 이루는 꽃 형태의 유리 작품이다. 꽃과 같은 형태는 유리면 두께를 다양하게 만들어 투과하는 빛의 양에 따라 미묘한 색감의 차이를 보인다. 특히 두 작품 모두 어둠을 머금은 듯한 짙은 색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안쪽을 들여다보면 작품 고유의 색이 드러나면서 새로운 매력을 마주할 수 있다.

금기숙 작가의 순환되는 아름다움Ⅱ, 검은 철사, 베이지 단추, 80x50x120㎝, 2025(왼쪽)와 순환되는 아름다움Ⅰ, 검은 철사, 파란 스펀지, 구슬, 리본, 100x40x125㎝, 2025. [사진=강상헌 기자]
1층 전시실에서는 한국 공예의 미래를 만난다. '재생'과 '순환'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지속 가능성을 향한 공예적 접근을 다룬다. 금기숙 작가의 '순환되는 아름다움Ⅰ' '순환되는 아름다움Ⅱ'를 비롯해 강금성 작가의 '한국의 바람개비 담요', 조성호 작가의 '색조합', 박선민 유리공예가의 '시절의 잔상' 등이 전시돼 있다.

지역문화공간 '하우스오브초이'에서 진행되는 연계 전시 '공생'.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경주 문화와 한국 공예의 공존
이번 전시와 함께 같은 기간 지역문화공간 '하우스오브초이'에서 연계 전시 '공생'도 열린다. 경주를 중심으로 작업하며 현대 분청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 온 '분청사기의 대가'로 불리는 윤광조 작가를 비롯해 이헌정, 유의정 등 주목받는 현대 도예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하우스오브초이 요석궁 1779' 곳곳에 다양한 도예 작품들이 자유롭게 전시돼 있다. 한국 공예의 정신과 경주 문화의 조화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쇼케이스 전시장에서는 윤광조 도예가의 대표작 7점을 만날 수 있다. 경주에서 거주하며 30년째 작업하고 있는 그의 작품에는 경주가 녹아 있다. 경주의 소리, 리듬, 고요, 여백이 곧 그의 작품에 영감을 준 셈이다.
윤광조 도예가는 "역사가 있는 곳에 가면 많은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주에서 작업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경주 곳곳에는 신라 역사 유적과 유물이 남아 있다. 다양한 역사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이라 만족하면서 경주에서 30년 동안 작업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두 전시 모두 오는 30일까지.
이번 전시와 함께 같은 기간 지역문화공간 '하우스오브초이'에서 연계 전시 '공생'도 열린다. 경주를 중심으로 작업하며 현대 분청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 온 '분청사기의 대가'로 불리는 윤광조 작가를 비롯해 이헌정, 유의정 등 주목받는 현대 도예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하우스오브초이 요석궁 1779' 곳곳에 다양한 도예 작품들이 자유롭게 전시돼 있다. 한국 공예의 정신과 경주 문화의 조화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쇼케이스 전시장에서는 윤광조 도예가의 대표작 7점을 만날 수 있다. 경주에서 거주하며 30년째 작업하고 있는 그의 작품에는 경주가 녹아 있다. 경주의 소리, 리듬, 고요, 여백이 곧 그의 작품에 영감을 준 셈이다.
윤광조 도예가는 "역사가 있는 곳에 가면 많은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주에서 작업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경주 곳곳에는 신라 역사 유적과 유물이 남아 있다. 다양한 역사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이라 만족하면서 경주에서 30년 동안 작업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두 전시 모두 오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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