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2.0 시대] 글로벌 스탠다드 쉽지 않네…거래시간 연장 '쳇바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증시가 '24시간 거래'라는 새로운 표준에 향하고 있다. 미국, 홍콩 등 주요국이 24시간 거래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 속 한국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거래시간 연장이 필수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자본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외치면서도 거래시간 연장에 대해 공염불에 그친다. 업계 반발과 제도적 부담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KRX)는 거래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기존안과 다른 추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RX는 이미 지난 7월부터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을 활용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으로 거래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회원사 설문을 진행했다. 당시 '정규장+애프터마켓', '프리마켓+정규장+애프터마켓' 등을 제시했으나 회원사들과의 이견을 좁히지 했다. 이어 지난 9월에는 오전 7시부터 7시 50분까지 프리마켓을 운영하는 안을 재차 꺼내들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KRX는 12시간 거래체제를 거쳐 궁극적으로 24시간 거래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역시 여러 공식 석상에서 꾸준히 관련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개최한 '코스피 5000 시대 도약을 위한 세미나' 개회사에서도 "거래시간 연장 등 시장 제도 개선을 통해 자본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KRX가 이처럼 거래시간 연장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올해 3월 출범한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있다. NXT는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4시 30분~8시)을 통해 KRX가 지원하는 정규장 시간(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전후로도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할 수 있게끔 하면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려왔다. NXT는 11월 이후인 최근 8거래일간 프리마켓 거래대금만 22조4076억원을 기록했다. KRX는 거래소 간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라도 12시간 거래 연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직원들의 업무량 과중, IT인프라 개발에 따른 비용 부담 등 실무적인 차원에서의 어려움이 남아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8월에는 거래시간 연장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항의 공문을 발송하는 등 지속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하고 있다. 전산개발 측면에서는 대형 증권사에 비해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사의 부담이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거래시간을 늘린다고 시장 효율성이 자동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유동성이 시간대별로 분산될 경우 가격 왜곡이 발생하고, 시장 전체의 가격발견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거래시간이 길어질수록 시장 감시와 시스템 안정성 유지 등 운영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

KRX는 단순히 NXT와의 경쟁을 넘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거래시간 연장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입장이다. 글로벌 주요 거래소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나스닥은 내년 하반기부터 24시간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며,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22시간 거래체제를 도입한다. 영국·독일·홍콩 등에서도 거래시간 확대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가상자산 시장의 흐름도 관건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도입,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가상자산의 영역이 빠르게 넓어지고 전통적인 자산의 토큰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 거래소의 역할에 머무르는 것으로는 경쟁력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 투자시장은 24시간 거래가 일반적인 데다가 향후 토큰증권은 스테이블코인과 연동해 즉시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자 편의성이 압도적이다. 

송기명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상무)은 "거래시간 연장이라는 방향성은 이미 정해져 있고 세부적인 방법론 차원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지 검토하는 단계"라며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것을 보아도 해외 시장과의 유동성 경쟁을 위한 거래시간 연장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래시간 연장의 부작용이 분명함에도 미국이 24시간 거래를 도입하면 주요국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질 것"이라며 "국내 시장은 상장기업의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동시에 인프라와 제도를 함께 정비해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