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바오 구겐하임 설계한 '건축 거장' 프랭크 게리 별세… 향년 96세

  • 삼성미술관 리움서 강연도

프랭크 게리 사진연합뉴스
프랭크 게리 [사진=연합뉴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등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5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6세.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게리가 호흡기 질환을 앓던 끝에 이날 LA 샌타모니카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해 1997년 개관 당시 세계 건축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게리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이후 가장 유명한 미국 건축가로 꼽힌다.

캐나다 출신인 게리는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1989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비롯해 주요 상을 휩쓸었다. 영국 왕립건축가협회 금메달과 미국예술가협회 평생공로상, 캐나다 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스페인 북부 해안의 쇠퇴해 가던 산업도시에 화려하고 활기찬 이미지를 부여하며 도시를 되살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NYT는 "땅속에서 솟아오른 듯한 반짝이는 은빛 형상의 조화로 이뤄진 이 건물의 경쾌한 외관은 감정적으로 충만한 새로운 건축의 도래를 알리는 듯했다"고 평했다.

물결치는 모양의 외관이 특징인 LA 월트디즈니콘서트홀과 마이애미의 뉴월드센터 콘서트홀, 프랑스 파리의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독일 바일 암 라인의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베를린의 DZ은행 빌딩, 체코 프라하의 댄싱하우스, 뉴욕 첼시의 IAC빌딩 등도 유명하다.

1929년 캐나다 토론토의 노동자 계층 지역에서 태어난 그는 소년 시절 외할아버지의 철물점에서 일을 도우며 선반에 공구와 나사, 볼트를 진열했는데, 이 경험이 일상적 재료에 대한 그의 애정을 키웠다고 한다.

또 일주일에 한 번씩 외할머니가 시장에서 가져온 살아있는 잉어를 욕조에 넣고 관찰한 경험은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물고기 이미지에 영감을 줬다고 한다.

1947년 그는 가족을 따라 따뜻한 LA로 이주했고, 다운타운 서쪽의 낡은 동네에서 월 50달러짜리 비좁은 아파트를 임대해 살았다.

그는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 진학해 도예를 공부하다 한 교수의 추천으로 전공을 건축으로 바꿨다. 군 복무를 마친 후 하버드대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했고, 한동안 쇼핑몰 설계로 유명한 업체에서 일하다 LA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자유로운 기풍을 건축 설계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그는 80대에도 꾸준히 작업하며 전 세계 스카이라인을 재창조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또 모교인 USC 건축학과에서 교편을 잡고 후학을 양성했으며, 예일대와 컬럼비아대에서도 강의했다.

그는 83세였던 2012년 9월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프랭크 게리에게 미래를 묻다'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건축가의 열정이 건축물을 보는 사람들에게 전해질 때 그 건축물은 비로소 걸작품이 된다. 건축가가 작품에 대해 느끼는 열정을 건축물을 보는 사람들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불상을 봤는데 그것을 만든 예술가가 느꼈을 감정을 나도 느꼈다"며 "한국의 청자, 백자를 보니 놀랍다. 한국 도자기와 미술품을 보고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방한 당시 종묘에 찬사를 보내며 이곳을 단독 관람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일화도 알려져 있다.

그는 루이비통이 2019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연 복합매장 '루이비통 메종 서울' 건물을 설계하기도 했다. 한국의 전통과 문화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설계됐으며, 18세기 건축물인 수원화성과 학(鶴)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동래학춤의 모습이 접목됐다고 루이비통은 당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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