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중동발 공급과잉에 따른 구조적 불황으로 국내 석유화학 산업 재편이 불가피한 가운데 정부가 제시한 '당근' 속에 석화 업계에서 절실히 바라는 지원책이 빠져 있어 산업계에선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이른바 석유화학 특별법이 통과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합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법안이다. 특별법에는 설비 통폐합을 위한 기업 간 논의가 담합 행위에 해당하지 않도록 사업재편 계획 수립과 이행을 위한 정보교환 및 공동행위를 면책하는 내용이 담겼다. 계획에 따라 기업결합 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기간을 120일에서 90일로 단축하도록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를 놓고 석화 특별법이지 '석화지원 특별법'은 아니라는 평가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석화 업계가 정상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요구한 전기료 감면이 빠진 점이다. 대규모 설비를 가동하는 석화 업종의 특성상 전기료가 오르면 원가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지난 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의 정상화라는 명목으로 요금을 70% 가까이 올렸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정용 전기요금보다 비싼 국가다.
석화 호황기에도 전기요금 비중이 매출의 3%에 달했는데 지금은 불황인데도 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황이 좋은 반도체 업체들은 비싼 전기요금을 견디며 국내 생산을 지속할 수 있지만 석화 등 중국과 원가경쟁이 심한 업종은 이미 지속 불가능한 구조다. 국내 공장 문을 닫고 전기료가 싼 해외로 떠나라고 기업 등을 떠미는 것이나 다름없다. 석화 업체의 해외 이탈이 현실화하면 서산, 여수 등 지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정유·석화 업체들에 기대고 있는 지방 군소 도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h(킬로와트시)당 182원에 달한다. 중국(127원), 미국(116원) 등과 비교해 원가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도 정부는 다른 산업과 형평성, 통상 문제 등을 언급하며 석화 업체에 대한 전기료 감면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무 부처가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원화된 점도 정부가 속도감 있게 지원책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플라스틱, 비닐, 섬유, 의약품 등 석화 산업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이 없는 삶은 이제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학계에선 1950년대 이전이 철강을 중심으로 전 세계 산업이 발전했다면 1960년대 이후에는 석화를 중심으로 산업이 발전했다고 평가할 정도다.
석화 업체들이 특혜를 바라는 게 결코 아니다. 정부 요구대로 에틸렌 생산량을 줄이면서 재무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도록 3~4년 정도만 한시적으로 전기료를 감면해 달라는 절박함이 담긴 요청이다.
한국전력이 대신 부담을 지거나 국민 혈세를 활용해 지원해 달라는 무리한 요구도 아니다. 한국 경제계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요청이다. 석화 업계에선 산업위기지역에 한정해 전력산업기반기금(전기료의 2.7%)을 활용해 전기료를 할인하거나 전기가 남아도는 경부하 시간대(오후 10시~오전 8시)에 전기료를 감면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대산산단에선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통폐합을 결정했고, 여수산단에서도 조만간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여천NCC를 통해 생산량 감축을 결정할 전망이다. 이제 정부가 답할 시간이다. 진정성 있는 지원책이 나와야 기업도 정부를 믿고 석화업계 정상화에 동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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