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변동불거(變動不居)

사진교수신문
[사진=교수신문]

변동불거(變動不居).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거센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놓인 한국 사회가 안정과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시대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맞는 시점에서 이 네 글자는 2025년의 금융 환경 역시 가장 잘 투영한 표현으로 읽힌다.

지난 한 해 금융권은 대외 여건 악화와 업권별 부담을 동시에 견뎌야 했다. 원화 약세는 금융회사의 위험가중자산 부담을 키웠고, 기업 실적 둔화는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져 자산 건전성에 대한 경계를 높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관리 국면으로 옮겨갔지만, 일부 사업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금융권 전반에 부담으로 남아 있다. 

은행은 충당금 적립을 확대하며 방어적인 경영을 이어갔고,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카드론 규제 등 구조적 제약 속에서 수익성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역시 연체율 상승과 조달 여건 악화가 겹치며 보수적인 운용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가계와 기업의 움직임도 위축됐다. 생활비 부담은 커졌지만 금리는 쉽게 내려오지 않았고, 주택시장 불확실성은 소비 심리를 짓눌렀다. 기업은 투자보다 현금흐름 관리에 무게를 두며 확장보다 생존을 우선시했다. 금융이 '경제의 혈류'라는 점에서 2025년은 이 흐름을 조절한 해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변동불거'라는 사자성어에서 담고 있는 급변하는 정치·경제 환경이 단지 불안과 위기만 함축한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변화는 곧 새로운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긍정의 신호이기도 하다. 금리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급격한 변동을 경계하던 상황에서는 한 발 떨어져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금융권의 시선 역시 위기를 버티는 쪽에서 다음 단계를 설계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책 측면에서도 긍정적 징후가 엿보인다. PF 구조조정은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가상자산을 비롯한 디지털금융은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틀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차분히 준비한 안전망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사들도 변화에 맞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업무 혁신은 이미 선택이 아닌 전제조건이 됐다. 단순한 효율 개선을 넘어, 리스크 관리와 의사결정으로 AI의 역할은 보다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 소비자의 신뢰 회복 움직임이다. 여러 금융사고 이후 강화된 내부통제와 정보 제공 체계가 아직 완성형은 아니지만,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방향 설정은 분명해지고 있다. 불완전판매를 줄이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변화는 금융권 전체의 체질을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새해가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주진 않는다. 하지만 시장은 늘 작은 변화에서 회복의 실마리를 찾는다. 힘겹고 고생스러운 한 해의 끝을 지나며 금융은 다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를 두려워하기보다 그 흐름을 읽고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 경제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 2026년 병오년 새해가 금융업권에게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새롭게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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