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연구자로서, 오랜 시간 경제 현장을 관찰해 온 칼럼니스트로서 머스크를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한 찬반을 넘는다. 이 칼럼의 질문은 명확하다. 머스크의 1,100조 원은 자본주의의 일탈인가, 아니면 기업가정신이 제도적으로 허용될 때 나타나는 극단적 결과인가.
숫자는 결과이고, 과정은 선택이다
일론 머스크의 자산은 배당이나 금융 기법의 산물이 아니다. 그는 전기차, 우주 발사, 위성통신이라는 불확실성이 극단적으로 큰 산업에 자신의 시간과 명성을 반복적으로 베팅해 왔다. 실패 가능성은 상수였고, 실제로 여러 차례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위험과 책임을 본인이 떠 안았다.
테슬라의 주가 상승만 떼어놓고 보면 투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테슬라가 해낸 일은 단순한 주가 상승이 아니다. 전기차를 ‘친환경 대안’에서 ‘산업 표준 후보’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는 효율 개선이 아니라 기준을 이동시키는 선택이었다. 기준을 바꾸는 일은 언제나 위험하다. 그래서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실패를 전제로 한 산업, 그리고 우주
우주 산업에서도 같은 논리가 작동한다. 정부의 전유물로 남아 있던 발사를 민간으로 끌어내리고, 실패를 전제로 한 반복 실험으로 비용 구조를 바꾼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시도 방식의 전환이었다. 손실은 수없이 발생했다. 그러나 실패를 견딜 수 있었기에 성공의 문이 열렸다.
스페이스엑스(SpaceX)가 보여준 것은 기술의 기적이 아니라 실패를 허용하는 조직의 규율이다. 고대 로마의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 이렇게 말했다. “풍랑이 배를 침몰시키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잃은 배가 침몰한다.” 머스크는 풍랑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방향을 먼저 정했다.
‘부자 머스크’가 아니라 ‘기업가 머스크’
머스크를 둘러싼 비판도 분명히 존재한다. 오너 리스크, 독선적 의사결정, 노동 문제, 공적 발언의 무책임성은 정당한 비판의 대상이다. 그러나 기원상 시각에서 더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인물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가라는 질문이다.
기업가정신은 미담이 아니다. 그것은 불확실성을 견디는 태도이며, 실패를 제도 안에서 흡수하는 구조다. 미국의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가 말했듯, “이윤은 위험이 아니라 불확실성에서 나온다.” 머스크의 부는 바로 이 불확실성을 감수한 선택들의 누적 위에 놓여 있다.
한국 사회에 던지는 불편한 질문
이 지점에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성과가 나기 전의 실패를 얼마나 허용하는가. 실패 가능성이 큰 사업에 베팅하는 리더를 제도는 보호하는가. 보상은 성과 이전의 위험을 반영하고 있는가.
현실은 냉정하다. 우리는 여전히 “많이 받으면 문제, 실패하면 책임”이라는 이중 잣대 속에 있다. 그 결과, 위험을 지지 않는 관리형 리더십만이 살아남는다. 관리자는 늘어나지만, 기업가는 줄어든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제도의 결과다.
필자가 여러 칼럼에서 반복해 강조해온 기업가정신의 정의는 명확하다. 불확실성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그 선택을 장기 자산으로 전환하는 능력이다. 이는 창업기의 미덕이 아니라, 오히려 성숙기와 위기 국면에서 더 중요해진다. 이 관점은 필자의 연구와 칼럼 전반에서 일관되게 제시해온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실패의 시간과 성공의 보상을 동시에 허용하라
머스크의 1,100조 원은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기업가정신이 제도적으로 허용되고, 실패가 견딜 수 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말했듯, “국부는 금고에 쌓인 금이 아니라, 생산적 활동의 결과”다. 문제는 그 생산적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선택과 제도가 있는가다.
우리는 위험을 감수한 사람에게 실패의 시간을 견딜 여유와, 성공의 보상을 정당하게 돌려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안전한 관리만을 반복할 것이다.
그러나 선택지는 분명하다.
실패를 배제하는 사회가 아니라, 실패를 학습으로 전환하는 구조를 만들 것인가.
단기 성과만을 묻는 관리가 아니라,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도전을 허용할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모한 모험이 아니다.
도전과 책임, 실패와 회복이 함께 작동하는 제도와 문화의 설계다.
기업은 시도를 평가할 기준을 바꿔야 하고, 금융은 실패 이후의 재도전을 가로막지 말아야 하며, 국가는 위험을 감수한 선택이 사회 전체의 자산으로 축적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성장은 우연히 오지 않는다. 미래 세대의 기회 역시 자동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위험을 감수한 선택이 고립되지 않도록,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길을 여는 것이다.
그것이 관리를 넘어, 다시 성장으로 돌아가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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