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양'영'화] "일제 침략에 항쟁" 대만 원주민판 '아바타' 14년 만에 재개봉

  • 대만 영화 '시디그 발레' 중국서 14년 만에 재개봉

  • 대만 원주민의 일제 항쟁 '우서 사건' 실화 배경

  • 반일 감정·대만 광복 80주년 맞물려 반향 일으킬까

 
영화 시디그 발레 포스터
영화 '시디그 발레' 포스터

"일본 침략군과 싸우고 일본 군국주의 음모를 분쇄한다"
"대만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며"


14년 만에 중국 본토서 재개봉하는 대만 영화 '워리어스 레인보우:시디그 발레(Warriors of the Rainbow: Seediq Bale, 중국명:賽德克·巴萊)’' 포스터에 적힌 문구다. 

시디그 발레는 1930년 일본군에 맞서 싸운 대만 원주민 시디그족(고산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시디그 발레'는 시디그어로 '진짜 남자'라는 뜻이다)

중국이 올해부터 '대만 광복절'인 10월 25일을 대만 광복 기념일로 지정해 기념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기리며 대만 통일 정당성을 부각시키는 데다가,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중국과 일본간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개봉한 이 영화에 이목이 쏠린다.

영화는 1930년 대만에서 발생한 일본군과 대만 원주민 시디그 부족의 충돌 사건인 '우서(霧社)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 우서 사건은 일제 식민 지배를 당하던 대만 원주민 시디그족(고산족)이 일본에 맞서 일으킨 최대 규모의 봉기다. 당시 항쟁을 주도한 시디그족은 결국 일본군의 대량 학살로 사실상 멸족됐다.

당시 일본인들은 고산 지대에 사는 대만 원주민을 짐승만도 못한 야만인으로 여겼다.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강탈당하고 강제 노역에 동원됐다. “당신들의 문명이 우리를 무릎 꿇게 한다면, 나는 당신들에게 용맹함의 자부심을 보여주겠다”는 영화 속 대사는 시디그족의 일본 문명화 통치에 대한 분노를 그대로 드러낸다.

중국의 한 누리꾼은 이 영화를 “'대만 원주민판 아바타'”라고 표현하며 “화면이 정교하고 음악이 감동적이며, 줄거리가 마음을 울리고, 대만 원주민의 독특한 문화와 풍습이 잘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2011년 웨이더성(魏德聖) 감독이 13년에 걸쳐 만든 이 영화는 당시 2500만 달러(약 360억원) 예산으로 만들어졌는데, 대만 영화 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것이다. ‘영웅본색’으로 유명한 홍콩 누아르 감독 우위썬도 제작자로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영화는 그해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부분에 출품됐고 대만 금마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원래는 러닝타임이 4시간이 넘는 상·하편 2부작짜리 영화다. 대만에서는 8억 대만달러 흥행수입 올렸다. 하지만 2012년 중국 대륙에서 개봉할 당시에는 너무 폭력적이고 민족주의를 선전한다는 비판에 주요 장면을 삭제해 153분짜리 영화로 편집돼 상영됐고, 박스오피스 수입은 고작 1652만 위안에 그쳤다. 그럼에도 중국 영화 평론사이트 더우반에서 8.8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받았을 정도로 영화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엔 재개봉되는 영화는 편집 없이 원작 그대로 상·하편으로 나눠 각각 12일, 13일 개봉한다.

중국 매체들은 “일본 침략에 맞선 대만 원주민의 영웅적인 항쟁을 그린 이 영화는 대만이 예로부터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더욱 깊이 이해시켜 줄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영화인만큼 중국내에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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