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치 우경화 가속하나...보수 정당들, 국기훼손죄·핵보유론 주장

  • 다카이치, 방위력 강화·개헌 공약 전면에...전문가 "당내 조율 부족" 지적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자민당 간부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자민당 간부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내달 8일 중의원(하원) 선거(총선)를 통해 현 정권에 대한 신임을 묻기로 한 가운데, 일본 보수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보수 색채가 짙은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 우익 성향 정당이 약진한 데 이어, 이번 총선을 계기로 일본 정치의 무게중심이 한층 더 우경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인터넷 방송 토론회에서 일장기를 악의적으로 훼손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일본 국장(國章) 훼손죄' 신설에 의욕을 나타냈다. 그는 자민당이 지난해 10월 일본유신회와 연립정권을 구성하며 작성한 합의서에 해당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일본의 명예를 지키려면 필요하다.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당은 그동안 중도 보수 성향의 공명당과 연립정권을 유지해 왔지만 공명당이 정치자금 규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연정에서 이탈하고 강경 보수 성향의 유신회가 새 연정 파트너로 합류하면서 내각 정책 전반의 보수 색채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일본 국장 훼손죄 창설 외에 헌법 개정, 방위장비 수출 규제 완화,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 외국인 정책 엄격화, 스파이 방지법 제정 등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나카키타 고지 주오대 교수는 다카이치 총리가 보수색 짙은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민당 내부와도 면밀한 조율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에 지적했다.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도 보수적 정치사상을 갖고 있었지만, 자민당 내와 공명당을 배려하며 타협하는 현실주의가 있었다"며 "정책을 착실히 실현하려면 주의 깊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번거롭고 답답하게 느끼는 듯하다"고 말했다.

전후 일본 보수 정치가 헌법 이념과 타협점을 찾아왔던 것과 달리 다카이치 총리는 이러한 전후 민주주의와 거리를 두려는 인상을 준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우경화라는 시각을 부인하며 일본을 '보통 국가'로 만들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보수적 안보 담론은 자민당에 그치지 않는다. 우익 성향의 참정당과 일본보수당도 총선을 앞두고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포함한 강경 안보 노선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참정당의 가미야 소헤이 대표는 최근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일본)도 독자 방위를 확실히 해야 한다. 핵도 금기시하지 말고 억지력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며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열어뒀다.

보수당 햐쿠타 나오키 대표도 억지력을 강조하면서 "핵에 관한 논의는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햐쿠타 대표는 그동안 한국 혐오·차별 발언을 했고, 난징 대학살도 날조라고 부정했던 이력이 있는 극우 성향 정치인이다.

일본은 핵무기 보유·제조·반입을 금지하는 '비핵 3원칙'을 유지해 왔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의 확장억제를 고려해 반입 금지 규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참정당과 보수당의 발언은 더 나아가 핵무기 보유 자체를 용인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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